1분기 전기 대비 실질GDP 성장률 내실 없어

확산되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의 비관적 전망을 전후로 다시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우왕좌왕은 조급증과 착시효과에 기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 가지 불균형에서 비롯한 것이다. 하나는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지연되면서 구조화된 ‘금융과 실물의 불균형’이다. 또 하나는 경제력의 다극화 대 달러본위체제(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의 모순에서 비롯한 ‘글로벌 불균형’이다. 따라서 두 가지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해소될 때 위기는 종식됐다고 선언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을 보면 불균형의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기관은 공적자금 투입과 정부 보증으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의 중개기능 정상화는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청정에너지를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그린 뉴딜’은 거품 가능성이 높거나 성공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균형의 또 한축인 중국 경제가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민간소비지출의 비중은 2004년 40%에서 2007년 35%로 오히려 계속 하락하고 있다.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한 통화창출로 뒷받침된 재정지출은 진통제에 불과하다. 금융위기를 ‘공공재정 위기’로 치환시킬 뿐이다. 고령사회의 도래에 따른 오늘날의 공공부채 증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국가부채 증가와 달리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조급증 역시 경제의 장기적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낙관적 전망의 주요 근거인 지난 1분기 전기 대비 0.1% 실질GDP 성장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실질GDP는 지난해 4분기 235조 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5조 9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설비투자와 수출은 각각 11.2%와 4.3%씩 후퇴를 계속한 반면, 정부지출과 민간소비가 각각 3.7%와 0.4% 증가한 결과였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경제 살리기에 총 160조 8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 109조원과 비교해 금액으로 51조 8000억원, 비율로는 48%에 가까운 돈을 더 투입한 결과였다. 특히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5.2% 증가했는데 건물건설투자는 2.0% 감소한 반면, 토목건설부문에 대한 투자가 13.8%나 증가했다.

최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로공사 때문에 교통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푸념을 듣는다. 또한 아직 쓸 만한 보도블록이 교체되는가 하면 상하수도관, 어린이놀이터의 개보수 공사들처럼 연말에 익숙한 풍경을 올해는 여름부터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낯선 시기에 이 같은 일이 진행되는 이유는 ‘재정의 조기집행’ 때문이다. 수십조원을 투입해서 3000억원의 실질GDP 증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명목GDP(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250조 2000억원)의 증가는 전혀 없었다. 정부의 대규모 토목공사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취업자는 계속 감소, 5월에는 지난해 동월 대비 6.6%인 12만 5000명이나 감소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각각 3.5%, 2.8%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매우 큰 편이다.

문제는 하반기에 추가 재정지출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재정지출액은 111조 9000억원으로 예정됐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109조원에 비해 3조원가량 증가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만들어 낸 불균형의 해소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재정적자는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정부의 조급증은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부진을 불평하기 앞서 지난 1년간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해 투자를 못 하고 있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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