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다, 충격. 어떻게 상아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난 8일 연세대 학생회관. 한 학생이 대자보를 읽고 나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범인을 찾습니다’ A4용지 8장 분량의 이 대자보는 이 대학 대학원 +국문과에 다니다 휴학한 한 학생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훔친 용의자를 밝혀내고 자수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이 용의자는 지난달 4일 대학원생이 도서관에서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지갑 안에 들어있던 모 은행 신용카드를 훔쳤다.

그는 4일 동안 주변 백화점과 명동, 강남 지역 등 10여곳을 번갈아 가며 화장품, 지갑세트, 가전제품, 의류, 종교서적 등 무려 1백80여만원어치의 물건을 마구잡이로 구입했다.

카드를 분실한 대학원생은 카드 분실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은행에 거래내용 조회를 요청, 이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백화점과 명동 의류매장의 CCTV에는 용의자의 물품 구입 장면이 녹화돼 있어 용의자를 찾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그러나 이 대학원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대자보를 통해 오는 +15일까지 자수를 권유했다. 용의자가 경찰에 구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내용을 지켜본 학생들은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학내에서 이 같은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한 충격과 과감한 범죄행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대자보를 읽고 있던 조모양(사회과학계열1)은 “며칠전 같은 학과 선배도 학생식당에서 새로 산 옷가지를 몽땅 분실했었다”며 “대학내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도난 불감증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자보 앞에 몰려든 학생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그런 일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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