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후 첫 연두기자 회견에서 대학문제에 관해 언급하면서 "대학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어렵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대학입시제도를 쉽게 고치라는 뜻보다는 +오히려 대학교육을 엄격히 해서 학생을 졸업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대학에서조차 '학점 따기식' 교육과정 이수에만 급급하다면 중·고등학교 교육방식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따라서 대학마다 학칙 상에 졸업의 필수요건으로 소정의 '학점취득' 이외에 '졸업논문 제출'을 명문조항으로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각 대학마다 졸업예정자들의 논문작성 및 발표가 한창인 시기이다.

그러나 적지않은 대학이 '졸업논문'을 '졸업종합시험', '실기발표', 혹은 '실험보고' 등으로 대 체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졸업논문'이라는 필수요건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논문 형식을 엄격히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겨우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70%는 학과별로 편법적인 종합시험 형식을 택하거나 혹은 학생 각자의 임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상태이다.

각 학문영역에 따라 교육목표가 다르므로 굳이 졸업논문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독창적 탐구력과 조직적 사고력, 창의적 응용력과 논리적 표현력 등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시험이나 보고 형식보다는 좀 어렵더라도논문 형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이것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논문을 작성하는 시기가 취직시험 일정과 겹치는 등 시행에 난점이 있기는 하나 논문제도는 '4지 선다형'에만 익숙해 있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갈고 닦은 지적 능력을 총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리라고 믿는다.

교육과 평가를 오로지 주입식, 암기식, 선다식으로만 하는 것을 '닫힌 교육'이라 한다면 주관적인 논술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전개, 객관적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논문작성 교육은 '열린 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졸업논문제도의 활성화야말로 고등 교육법 제28조에 규정된 대학교육의 목적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에도 부합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수 학생간의 인간관계, 대학교육의 수월성, 그리고 대학졸업자로서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는 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따라 학생들의 전공이수학점 및 그 심화과정연한이 축소될 것이므로 그 보완책으로 졸업논문제도를 엄격히시행한다면 그 실효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졸업을 위한 요식행위로만 끝나 버린다면 대학교육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대학당국은 이를 위한 전담 기구 설치, 예산확보, 심사제도마련, 자료확충, 논문보관법 마련 등 구체적 개선책을 시급히 강구함과 +아울러 적정한 수준의 지도수당과 심사료 등을 지급하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졸업논문제도가 지도교수의 적극적인 지도관리와 심사교수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리라 믿는다. 이는 국제적으로 뒤떨어진 우리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과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명우 (충북대, 인문학연구소장)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