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신약개발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약대 내에 신설한 약과학과가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학생 피해’를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교과부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약과학과 졸업생들은 약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 수험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약과학과가 4년제로 운영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법률 위반이 아니냐’는 견해를 제시했다. ‘약학대학(한약학과 제외)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한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학생 피해’와 ‘법률 위반’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엔 ‘약사가 아닌 약대 출신’이 조제와 제약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약사회 관계자도 “직능단체이지만 공공성을 띄기 때문에 국민 건강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대 출신임을 내세워 ‘약’에 관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조제와 제약업무의 전문성과 중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약사 면허가 필요한 고차원적인 일에 이학사 학위를 가진 약과학과 출신이 투입될 것이라고 그렇게 쉽게 예단할 수 있을까. 약사면허가 필요한 일을 맡으려면 ‘알아서’ 약학입문시험을 거쳐 약대에 진학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약사인력 중 제약에 종사하는 비율이 5% 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회가 대안 제시 없이 문제만 제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약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 개설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약대 증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약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 대비 약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국민 1만명당 약사 수는 6명으로 일본(13명)의 절반도 안 된다. 병원약사 충원률은 40%를 밑돌고 있고, 향후 신약개발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약사의 권익옹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약사회가 존재목적 자체를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건강과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운다면, 거기에 부합하는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