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보공시는 판도라 상자가 아니다”

“성적표가 공개되고 심판받는 기분이다”, “대학가에 엄청난 태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학정보공시제가 첫 시행된 후 대학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그리고 10개월 후, 대학정보공시제는 초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내년부터 공시 항목을 추가키로 했다. 추가 항목은 등록금·학생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 신입생 출신고교의 유형별 현황, 대입 전형료 수입·지출 현황,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 외국인 유학생 이탈 현황 등이다. 단 입학생성적·사립대 적립금 운용 현황·교수 급여 수준 등은 추가 공시 항목에서 제외됐다.
물론 추가 항목들에 대해 공시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교과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추가 공시 항목을 결정할 방침이다. 만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심하거나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 제외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선돼야 할 것은 공시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대학정보공시제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라고 본다. 대학정보공시제는 수험생·학부모들에게는 대학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렇다면 시행 1년을 앞둔 지금, 대학정보공시제는 그 역할을 하고 있을까?
대학정보공시제가 본래의 목적을 잃고 표류하면 자칫 판도라 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시 항목 추가에 앞서 대학정보공시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대학정보공시제가 진정 대학과 교육수요자를 위한 ‘윈-윈 게임’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학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정보공시제가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교과부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대학정보공시제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각각 확인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정보공시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그 다음이 추가 공시 항목에 대한 검토다. 따라서 당장 내년부터 공시항목을 추가하겠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평가와 반성 없이 공시 항목만 늘릴 경우 대학정보공시제는 ‘판도라 상자’로 전락할 것이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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