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정성민 기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로 이자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하고 꿈을 이뤄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ICL)’ 1호 신청자인 신재민씨의 말이다. 신씨은 계명대 자유전공학부 수시모집에 합격해 오는 1학기 입학을 앞두고 있다.

ICL이 시행에 들어가자 기대와 안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ICL은 학자금 대출이 불가피한 대학생·학부모들에게는 가장 부담이 적은 대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CL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넷은 학자금 대출 신청 성적기준을 기존대로 C학점 이상으로 유지하고 5.8% 복리 이자를 단리 저이자율로 변경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ICL이 시행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CL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ICL이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 입장에서도 중대한 정책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볼 때 ICL은 시행 이전보다 시행 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부는 ICL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 말고 현재진행형 차원에서 계속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ICL 논의과정에서 보여 준 태도 때문이라도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는 ICL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자 1학기 시행이 불가하다며 지레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빠른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거나, 시일이 늦어져도 법안 처리만 되면 1학기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거나 하는 의지는 보여 주지 못했다. 이러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1학기 시행 무산을 공공연히 언급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따라서 정부는 ICL이 시행됐다고 팔짱 끼는 게 아니라 더욱 팔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대학가와 사회에서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의 보완·수정이 필요하다면 적극 나서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대출 이자를 계속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점이다.

ICL 시행과 관련해 정부가 간과해서 안 될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기업들이 ICL 이용자들에게는 취업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소문이다. 즉 취업 후 소득을 상당 부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을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만일 소문 수준이 아닌 실제 기업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대목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ICL을 이용한 학생들이 피해자로 전락하게 됐으니 말이다.

국내에서는 첫발을 내딛은 ICL. ‘빚쟁이 양산’, ‘취업 시 불이익’ 등 갖가지 흉흉한 얘기가 난무하고 있어 ICL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ICL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유용성이 인정됐고 학자금 대출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성공적 정착은 필요하다. 정부는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 운운하며 ICL을 실적으로만 내세우지 말고 ICL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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