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과열 될수록 심사과정이 중요하다

대학 간 약대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벌써부터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약대 정원배정 발표 뒤 탈락 대학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2007년 대학가를 들썩이게 했던 로스쿨 인가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41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 가까이가 고배를 마셨고, 탈락 대학 중 상당수가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로스쿨 유치를 위해 수백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가 탈락한 대학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인가심사의 공정성 확보가 절실했다. 그러나 로스쿨 심사는 시작단계에서 ‘졸속’ 논란을 낳으면서, 결과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 중에 룰을 바꾼 데에 있다. 지난 2006년 7월 발표된 ‘로스쿨 인가기준에 대한 연구’ 결과에선 ‘사법시험 합격 실적’이 없었다. 이 연구결과는 당시 로스쿨을 준비하던 대학에 ‘메뉴얼’로 인식됐기 때문에 대학들은 이를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전국적으로 41개 대학이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다.

그러나 2007년 10월 법학교육위원회가 마련한 인가 기준에는 돌연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평균 합격자수(15점) △최근 5년간 법학과 졸업생 대비 합격자수(10점) △교수 중 여성교수의 비율(10점)이 포함, 대학들의 반발을 샀다. 이는 2~3년 뒤 서울대·이화여대·경북대·전남대의 로스쿨 인가가 법원에 의해 ‘위법’ 판결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당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이 법학교육위원으로 로스쿨 심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약대 신설 경쟁을 보면서, 2년 전의 로스쿨 인가 때가 상기된다. 지금도 전국의 33개 대학이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이중 상당수 대학들이 탈락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신설 약대 선정을 앞두고 여러 ‘정치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야할 교과부에서는 오히려 ‘정원 쪼개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배정된 50명 정원을 2개 대학에 나눠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 사립대 약대설립추진위원장은 “50명으로 배정된 지역에서 약대 정원을 나눠주겠다는 얘기는 대학입시에서 전형요강을 발표한 뒤 중간에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약대 정원을 쪼개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약대 유치 경쟁 대학 간에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어느 대학이 예정돼 있다는 루머가 나돌고, 해당 대학은 이에 대해 발끈한다. 경쟁이 과열될수록 심사과정이 중요해 진다. 대학마다 약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탈락 대학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필요하다. 신설 약대 선정이 로스쿨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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