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공화국'에서 '소통공화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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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조정제도 등 갈등 해결법 강구해야
얼마 전 국가정보원이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희망공작소 상임이사를 고소해 논란이 되더니 최근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의 귀국 환영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편집해 올린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구설수에 올랐다. 며칠 전에는 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 봉은사의 직영전환 과정에서 외압문제를 제기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치인들끼리의 소송이야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국민을 상대로 고발을 하고, 국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최고위 공직자들이 갈등해결 수단으로 국민을 상대로 앞을 다투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국민과의 소통을 지향한다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무색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민사소송 건수는 약 129만 건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2.6배 많은 일본의 4배에 달한다. 형사사건도 200만 건에 달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소송공화국이란 주장이 단지 비아냥거림만은 아닌 것 같다.

'갈 데까지 가 본다'는 말이 있다.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지만 서로 다투고 있는 경우 법정까지 간다는 말을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피고’를 ‘척(隻)’이라고 했다는데 ‘척지다’는 말은 곧 상대를 피고로 만들어 상대와 서로 원망하는 사이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 송사에 휘말린 집안끼리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으로 지낸다고 하니 송사에 비례해 원수로 지내는 사이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검찰이나 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실제 조정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법적 해결은 갈등해결의 최후 수단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인간관계의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법적 해결은 곧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분리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끼리의 사소한 시비, 선산의 관리 문제로 빚어진 조카와 작은아버지 사이의 분쟁, 시장에서 20여 년간 함께 장사해 온 이웃끼리의 충돌 등은 검찰이나 법원으로 넘어와야 할 사건들이다.

이 같은 사건은 사안이 경미하나 소송 이후 가족이나 지역공동체 내의 인간관계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다. 물론 형사나 민사조정이 재판을 통해 판결을 내리는 것보다는 인간관계 회복에 다소 도움이 되지만 일단 조정단계에서 검찰이나 법원에 불려나온 당사자들은 이미 관계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선진국은 물론 최근 국내에서도 대안적 갈등해결방법(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대한 관심이 높다. 즉, 갈등이나 분쟁해결을 사법적 제도에만 의존하기보다 예방적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파트 단지 내에 조정교육을 받은 자원봉사 조정위원을 두어 층간 소음,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한 사소한 주민갈등을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동별로 있는 주민센터나 경찰지구대에도 이 같은 자원봉사 조정제도를 만들어 사소한 갈등은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혹자는 일정 수의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조정기술의 80~90%는 소통기술이다. 앞서 제기한 사소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깊이 있는 법률적 지식은 불필요하다는 말이다. 누구나 30~40시간 정도의 조정훈련을 받고 몇 차례 실제조정을 참관하면 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수도 워싱턴 근교 페어팩스(Fair fax) 지역은 학교에 동료조정(peer mediation)제도를 도입해 학교 폭력을 현저하게 줄였다고 한다.

어찌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갈등을 피할 수 있으랴.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기술과 제도다. 교육을 통해 갈등관리 기술을 습득토록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소송공화국에서 소통공화국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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