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차밭 일구며 차 연구·발전·보급에 기여

“차를 마시는 게 모든 사람에게 평범한 일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 그대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인 세상을 꿈꾸곤 합니다.”

차(茶)를 연구하고 알리는 일에 일생을 바쳐 온 박근형 전남대 식품공학과 교수의 바람은 소박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차 마시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것. “일반인들이 가족·친구·지인끼리 편안하게 차를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때 행복하다”는 박 교수의 삶은 온통 차로 가득했다. 특히 박 교수는 지난 7일 ㈔한국다도협회·㈔정상구기념사업회로부터 차문화학술상을 수상, 우리나라 차 연구·발전·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널리 인정받았다.

박 교수가 차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0년, 전남대 농과대학에 입학하면서 부터다. 박 교수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부모님의 지원으로 고향인 전남 보성에 작은 차밭을 일구게 되면서 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생겼다. 이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모교인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줄곧 차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지금까지도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직접 차나무를 재배하며 녹차·발효차 등을 제조하고 있다. 특히 걱정 없이 잔다는 의미의 ‘무우차(無憂茶)’는 유기 재배 찻잎으로 국제유기인증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6년 전부터는 전남녹차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장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차산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박 교수는 “협력단은 우리나라 차산업의 중심지인 전남의 녹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며 “차에 관한 선진화된 재배·가공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컨설팅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차 박사’인 박 교수가 생각하는 가장 우수한 차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전 세계에 다양하고 훌륭한 차들이 많지만 맛·향은 물론 건강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녹차가 으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성 녹차의 경우 바다와 땅의 기운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청정한 환경에서 유기 재배된 찻잎이어서 어느 나라 녹차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며 “더불어 일본차처럼 질소 함유량이 지나치지 않아 맛이 쌉쌀하며 상쾌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차는 아직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차 소비량을 봤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차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인당 연간 차 소비량이 영국·아일랜드 2500g, 일본 1100g, 중국 480g인데, 우리나라는 100g 정도”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길고 고유한 차 문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차의 질도 매우 우수하다. ‘진정한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우리 차의 재배·제조기술 발전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차의 차가운 성질이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안심해도 괜찮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한방에서 보리·미역 등도 녹차와 함께 서늘한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이들 식품을 많이 먹어 문제가 되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차는 예로부터 양생의 약으로 사용돼 왔다. 항산화, 노화억제, 성인병·충치·알츠하이머병 예방 등 뛰어난 기능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차 연구·발전·보급에 주력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평생을 차를 연구하고 재배하는 학자로, 농군으로 살아왔습니다. 차와 함께여서 하루하루가 참 감사하고 행복했지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차와 더불어 사는 기쁨을 알리고 싶어요. 일상다반사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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