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캠퍼스

이화여대(총장 김선욱) 캠퍼스는 자연과 인간의 소통으로 이뤄졌다. 캠퍼스를 구성한 사람도, 캠퍼스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자연과 함께한다. 이화여대에는 수만 그루의 나무가 있어 마치 산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건물도 자연과 벗하며 듬성하게 들어서 있다.

■ 건물에 전통·현대, 자연·사람의 공존 담아

이화캠퍼스복합단지(Ewha Campus Complex· ECC)는 어느덧 이화여대의 상징이 됐다. ‘오래 머물고 싶은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에서 시작한 ECC는 재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건물이 됐다. 


새로 짓는 건물의 숙제가 ‘주변과의 조화’라면 ECC는 그 숙제를 잘 풀어냈다. ECC는 대강당·대학원관·본관 등 이화여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다.


ECC가 지하로 들어간 건물인 데다 자연을 위한 기술이 쓰였기 때문. ECC의 지붕은 흙과 식물로 덮여 있어 주변 경관과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자연석으로 만든 오솔길 주변으로 조팝나무·진달래 등의 꽃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러한 녹지 확장은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우수처리, 공기 정화, 소음제거, 에너지 소비량 감소 등의 효과를 이끌어 낸다. 또한 외벽이 유리라 주변의 옛 건물들이 은근히 비치는 것도 조화롭다.

이화여대 내 자동차들은 대부분 ECC 지하 2개 층으로 들어갔으며 지상은 보행자 중심의 그린 캠퍼스로 탈바꿈했다.


ECC는 2004년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했다. 그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를린 올림픽 사이클 경기장 등을 설계한 건축가로 ECC는 그가 아시아에서 시도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도미니크 페로는 “ECC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이화 캠퍼스에서 소통과 만남의 정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나무·새·텃밭 등과 함께 호흡하는 캠퍼스

해마다 5월이면 이화여대에서는 ‘생명과 평화’ 채플이 열린다. 이화여대 교목실은 4년 전부터 이 시대의 환경 문제를 학생들과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왔다. 교목실에서는 학생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생명과 평화 채플 첫해에는 이화여대에 있는 ‘꽃·풀·나무’를 주제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학교의 건물만 기억하지 캠퍼스에 어떤 나무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고 무관심했기 때문. 교목실은 학생들에게 꽃·풀·나무의 이름과 생태를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두 번째 해에는 ‘새·동물’을 주제로 캠퍼스에 사는 꿩·다람쥐·청솔모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캠퍼스 내에서 새들이 목욕하고 마실 수 있는 고인 물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렸다. 

교목실은 ‘야생조류 연구회’라는 학내 동아리와 함께 학교 곳곳에 새들을 위한 물웅덩이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물웅덩이에서 새들이 목을 축이고 목욕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나무친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교정에 심어진 나무 중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친구를 정해 ‘나친’이라 줄여 부르며 나무를 안아주고 나무에 인사말을 걸어 둔다. 교목실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걸으며 언제라도 ‘나친’을 살피고 졸업해서도 찾아와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학생들에게 텃밭 가꾸기와 손수건 사용을 제안했다. 텃밭 가꾸기는 학생들에게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을 선물하고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됐다. 손수건 사용은 1만5000명 이화여대 학생이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했을 때 지킬 수 있는 소나무가 3750그루나 된다는 각성에서 시작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의 회장인 이지은 씨(불어불문학과 4)는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심어보고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생태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생명과 평화 채플을 주관하는 장윤재 이화여대 교목은 “학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소재를 매년 개발하고 있다”며 “자연과 인격적인 만남을 해야 사랑하게 되고 알게 되며 함께 사는 나눔과 섬김의 자세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자연광·지하수 등 활용 … 에너지효율 극대화"
 ECC 프로젝트 참여한 강미선 건축학부 교수 

-ECC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ECC는 법적으로 완전한 지하건물이다. 세계적으로 약 6만 6000m²(2만 평)정도의 지하 건물을 만든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접촉했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벨리 콘셉트’가 다양한 지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채택됐다."

-채광이 상당히 잘 돼 있다
"타 학교 지하건물이 오직 인공조명에만 의존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건축에서 채광을 위해 썬큰(sunken) 공간을 만든다. 일부러 땅을 파 송풍·채광을 하는 기법인데, 이 건물 벨리 자체가 거대한 썬큰 공간이다. 일반적인 지상 건물도 복도에 불을 켜고 산다. 하지만 ECC는 낮에 복도 불을 켜지 않는다. 지하건물임에도 지상 건물보다도 채광이 뛰어나다."

-지하 1~3층 천장이 오픈된 이유는 무엇인가

"온돌에 코일이 들어 있는 것처럼 천장에 항상 똑같은 지하수를 흐르게 한다. 천장 자체가 하나의 라디에이터(radiator)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교 건물은 데우고 식히려면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코일에 흐르는 지하수 덕분에 에너지가 비용이 절약된다."

-ECC를 친환경 건물이라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동굴에 들어가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중(地中) 특성을 이용한 친환경 건축공법을 이용했다. 지하건물이고 벨리가 가운데 있다 보니 반대편은 흙에 묻혀 있다. 흙과 건물 사이의 1m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외부 공기가 예열·예랭되도록 설계됐다. 에너지 부하가 덜 걸려 비용 절약이 많이 된다. 또한 지하수를 모아서 조경수, 화장실 물 등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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