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학이 ‘그린 캠퍼스’를 외치며 에너지 절약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이를 조직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대학은 드물다. 대부분 초반에는 야심차게 슬로건을 내걸고 외부에 에너지 절약운동에 대해 홍보하지만, 결국 포기하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3월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 사업’을 통해 그린 캠퍼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한양대 ERICA캠퍼스는 여러 문제를 극복한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학생·직원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천해 3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구성원 소통이 먼저 = 한양대 ERICA캠퍼스는 대지면적 132만1000㎡(약 40만 평), 건물 35개동, 건축 연면적 31만3735㎡(약 9만5000평)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공학대학·국제문화대학·약학대학 등 8개 단과대학에 9000명의 재학생이 교육받고 있으며, 재적생 포함 약 1만4000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다. 900명이 입주한 LG이노텍 소재부품연구소와 창업보육센터 등 교내의 각종 기업 숫자까지 합하면 총 2만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생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양대 ERICA캠퍼스는 연간 50억원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에너지 소비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방대한 캠퍼스에서는 각자가 에너지를 조금만 아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기고 생활화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주인의식 없이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각 부서에 에너지 절약 독려공문을 보내 창가 쪽 소등하기, 점심시간 소등, PC 끄기 등 절약운동에 구성원의 동참을 유도했다. 그렇지만 원하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한양대 ERICA캠퍼스는 교내 구성원과의 소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구성원 스스로가 에너지 절약에 참여토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학은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은 학생 7명을 선발해 ‘학생에너지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대학 교직원이 여기에 동참,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 티저광고 등 통해 홍보 = 대학은 먼저 셔틀버스를 이용한 에너지 절약 관련 티저 광고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버스 옆면에 현수막을 부착, 2주 간격으로 티저 광고를 실시했다. ‘우리는 ○○○ ○○○○ 한양인입니다’라는 문구로 궁금증을 유발, 2주마다 빈칸을 채워 나가는 형식이다. ‘우리는 지구를 사랑하는 한양인입니다’ 등을 내건 광고가 시작됐다.

 

각 대학 PC실의 PC 바탕화면을 통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이어갔다. 사용하고 있는 약 4000대의 PC 바탕화면에 ‘우리는 절약하는 한양인입니다. 당신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 에너지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활력소가 되는 에너지, 아끼고 절약합니다’라는 내용의 문구를 띄웠다. 버스 티저광고와 마찬가지로 2주마다 홍보문구를 바꿨다.

이와 함께 전년도 대비 매월 사용량을 교내 28개 건물 현관에 안내판으로 설치, 사용량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게시했다.

에너지 절약 포스터 전시회도 열었다. 셔틀버스를 이용한 티저광고와 PC 바탕화면, 건물 출입문에 붙인 포스터 등 에너지 홍보물을 모아 학생 축제기간에 한 번 더 에너지 절약을 상기시켰다. 볼거리가 다양한 전시회에 학생들의 주목도 역시 높았다는 평가다.

■ 직원들 교육 큰 호응 = 에너지 절약 캠페인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 교직원·학생의 동참을 유도하는 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학생생활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에너지 절약 관련 교육은 물론 교직원에게 실내 적정온도 유지, 복도 및 창가 쪽 한 등 끄기, 점심시간 조명 끄기, 에너지 절약 실천사항 등을 교육시간에 홍보했다. 특히 각 건물에 ‘에너지 지킴이’를 선정, 이들의 명패를 부착했다. 우수건물 에너지 지킴이에게는 주기적으로 포상도 실시했다.

무엇보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보상’이 절약문화를 확산하는 데 한몫했다. 교내 28개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전년 대비 5% 이상 절약할 경우 절감액 일부를 건물의 주사용자에게 나누어 준 것.

전년도 에너지 절약분을 다시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는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생각을 ‘에너지는 곧 돈이다’로 바꿨고, 큰 효과를 거뒀다. 대학은 총 절감액 중 50%를 학생과 직원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는 학생(단과대) 총 4000만원, 교직원(행정부서) 400만원 등 4400만원을, 2010년에는 학생(단과대) 694만원, 교직원(행정부서) 59만원 등 753만원을 지급했다.

■ 건물 바깥시설 교체도 =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그린 캠퍼스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구형 유도등을 고효율 LED 유도등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22개 건물에 LED 유도등 340개를 교체한 후 연간 200만원, 화장실 에너지 절약형 센서등 설치를 통해 35개 건물 325개소에 연간 약 714만원을 절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형 일반 보일러버너 10톤 5대, 5톤 1대 등에 약 1억3000만원을 국고보조를 받아 고효율 저녹스 보일러 버너로 교체해 연간 6000만원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물질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 밖에 지난해 10월에는 에버그린21 환경인증을 받았고, 그린캠퍼스협의회에도 가입했다. ISO14001·OHSAS 18001 통합인증서를 받는 등 지속적인 환경개선에 나서고 있음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인터뷰]한양대 ERICA캠퍼스 총무관리처 정규식 부장
“직원들의 냉소적인 태도부터 바꿔야 성공”

“매년 수억원 이상을 절약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바뀌고 체질개선이 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규식 한양대 ERICA캠퍼스 총무관리처 부장은 한양대가 3년 동안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 ‘직원들의 변화’를 꼽았다. 구성원의 의식변화가 바로 에너지 절약을 통한 그린 캠퍼스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러한 운동을 벌이는 데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강의실·사무실 한 등 끄기 운동 등은 사실상 다른 대학도 많이 시도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적절히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연구·적용해야 한다는 게 정 부장의 설명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직원들의 ‘냉소주의’였다. 그거 아껴서 뭐 하나, 나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할 텐데, 이런 생각부터 고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내가 아끼지 않으면 다른 구성원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내가 아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고, 함께 동참토록 하는 게 핵심이이다.”

이를 위해 교직원에게 마일리지를 부여, 교직원들이 이를 이수하면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게 한 것.

“그냥 교육을 들으라 하면 좋아할 리 없다. 마일리지를 주면서 이들을 유도했다. 한양대 교직원은 1년에 2000점의 교육 마일리지를 이수해야 한다. 실내 적정온도 유지나 복도·창가, 또는 점심시간 조명 소등 등 실천사항에 대한 교육을 들으면 100점의 교육 마일리지를 주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한양대 ERICA캠퍼스는 그린 캠퍼스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는 게 정 부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성공을 다른 부분에도 적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한 번 성공하니 다른 운동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행정상에서 낭비되는 절차상의 오류 등을 체크하고, 낭비되는 물품을 아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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