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외 충원’ 많다고 평가 유리하지 않다

‘전임’ 뺀 교원확보율 적용, 겸임·초빙 교수 수 반영

2011-12-13     신하영 기자

교육투자는 등록금 인상 억제하는 교육비 환원율로

교과부의 ‘대학 평가지표 개선안’에 대학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개선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의 방향과 그에 대한 취지를 살펴봤다.

대학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지표는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이다. 이 2가지 지표는 하위 15% 대학을 가릴 때나 정부재정지원 사업 평가 시 절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발휘했던 지표들이다.

먼저 취업률은 남녀 간 차이를 고려했다. 송기동 교과부 대학지원관은 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대교협 정책포럼에서 “남녀 취업률을 별도로 표준점수화 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남·녀 간 취업률 차이를 반영하겠다는 말로, 여학생 수가 많아도 평균에만 뒤쳐지지 않으면 지표상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

◆ 재학생 충원율, ‘정원 외’는 아예 배제 검토= 재학생 충원율은 100%가 초과돼도 이를 성과로 인정받지 못한다. 110%가 돼도 이를 100%로 환산하겠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그간 ‘정원외 모집’ 충원으로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서울권 대학들의 ‘이점’이 사라진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던 지방대의 불만은 다소 해소될 수 있다.

현재 교과부는 재학생 충원율을 산출할 때 △정원 내 학생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1안)과 △정원 외 학생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2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기존에는 전체 재학생(정원 외 포함) 수를 편제정원으로 나눈 값을 60% 반영했지만, 개선된 안에선 이 부분을 40%로 줄인다. 나머지 60%는 정원 내 재학생 수만 편제정원으로 나눠 반영한다.

만약 2안이 확정된다면 정원 외 학생은 아예 산식에서 배제된다. 정원 내 재학생 수로만 충원율을 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도 100%를 초과하는 충원율은 인정받지 못한다.

‘전임교원확보율’은 ‘교원확보율’로 대체된다. 다만 당장 대체할지, 단계적으로 대체할지를 놓고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이는 전임교원 확보만 강조할 경우 융·복합 학문 등 급변하는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학들의 인건비 부담에 따른 등록금 인상 요인도 완화시키기는 효과도 있다.

전임교원확보율이 교원확보율로 대체되면 겸임·초빙 교수 수도 지표 산출 시 반영된다. 현재는 대학설립 요건 등과 관련해 일반대의 경우 법정 교원확보율의 20%를 겸임·초빙 교수 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교과부는 향후 교원확보율에서도 일반대의 경우 20%까지는 겸임·초빙교수를 인정해 줄 방침이다. 교원확보율은 교수 수를 학생 편제정원으로 나눠 산출한다.

또 하나의 안은 대학 평가 시 교원확보율과 전임교원확보율을 각각 50%씩 반영한 뒤 2013년에는 이를 교원확보율로 완전 전환하는 방안이다. 결론적으로 전임교원확보율이 대학평가에서 쓰일 날은 길어야 2년이다.

◆ 등록금으로 교육 투자, 인정 못 받는다= 해당 대학의 교육투자 정도를 판단하는 ‘1인당 교육비’는 ‘교육비 환원율’로 대체된다.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면서도 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제고시키기 위한 것이다.

1인당 교육비는 교육에 투자되는 총 비용을 전체 학생 수로 나눈 값이다. 때문에 등록금이 오르면 지표 값 자체도 올라간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억제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다.

반면 교육비 환원율은 전체 교육비를 등록금 총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때문에 모수인 등록금이 오르면 산출되는 지표 값은 하락한다. 학생 교육비를 늘리면 지표 값이 올라가는 점은 1인당 교육비와 같지만, 그렇다고 등록금을 올리면 지표 제고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는 유도하되 등록금 인상은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장학금 지급률은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등록금 10% 감면 규정을 준수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교내·외 장학금을 합해 학비감면 비율이 10%를 충족하느냐가 전체 지표 값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저소득층 학비감면비율 30% 조건 등을 지켰느냐가 반영된다.

등록금 부담완화 지표는 전년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서 활용됐던 ‘등록금인상수준’ 지표를 보완해 반영한다. 국가장학금이 투입되는 내년에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대학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아닌 ‘인하’ 정도를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 대학 특성화 저해하는 평가 획일화?= 교과부는 이번 평가 개선안을 대학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역량강화사업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평가에서 사용되는 지표가 너무 획일화 돼 있어 대학별 특성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민식 대학지원과장은 이에 대해 “대학평가의 일관성을 기하는 것은 한정된 재원을 교육 여건·성과가 비교적 건실한 대학에 투입, 지원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과부는 지난해부터 부실대학과 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하는 지표 사이에서 일관성을 기해왔다. 이는 국감 때 지적되는 “부실대학에 국고를 지원해 왔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대학 재정지원을 통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여건이 충실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획일성이 대학별 차별화·특성화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홍 과장은 “모든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취업률은 특성화된 대학이 더 높다”며 “대학이 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특성화로 학생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 지표 값은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