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난 '미국은 예외?'

영·일·중, 임금동결 겹처 이중고…미는 고용 개선

2012-04-23     한국대학신문

 
전 세계적으로 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영국, 일본, 중국 등 해외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은 물론 취업을 해도 임금 동결 등으로 대졸자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만은 이같은 전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대졸자 채용이 증가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의 급여 수준은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의 급여정보서비스기관 IDS는 최근 영국 대졸자의 취업 첫해 평균 연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만5000 파운드(약 4500만원)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 수준은 지난해에 비해 2% 감소하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대졸 취업자의 초봉 수준은 올해 1만8705파운드(약 3370만원)로 지난해 1만9020파운드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대졸 취업 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DS에 따르면 올들어 대졸 취업자 채용 수요가 소폭 증가했지만 기업 10곳 중 9곳에서 임금을 동결했다.

영국의 대졸 직종 가운데 초봉이 가장 높은 직업은 변호사로 초임이 연 36000파운드(약 6490만원)였다.  금융권이 3만1250파운드(약 5630만원)로 그 뒤를 이었다. 나스린 라만 IDS 수석연구원은 “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취업난으로 저임금 기조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실업이 심각하다. 특히 일본 대졸자들은 대기업 취직만을 선호해 실업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 조사 자료를 인용, 올해 졸업 예정인 대학생들의 취직 비율이 80.5%로 역대 세 번째로 낮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가 조금씩 늘면서 전체 고용시장은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젊은층들의 고용 확대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대졸자들의 대기업 선호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일본 민간조사업체인 리쿠르트 워크 연구소에 따르면 3월 졸업하는 대졸자에 대한 구인배율(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은 대기업이 0.65배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3.35배로 집계됐다. 대기업 지향이 강항 청년층과 채용 의욕이 있는 중소기업 사이의 미스매치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을 가지 못할 바에야 아예 취직을 안하거나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청년 실업 문제는 자산거품이 붕괴됐던 20년 전보다 더욱 심각하다. 자산거품이 붕괴됐던 지난 1990년대만 해도 1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5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35.7%)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년 후인 2010년에는 25~34세의 젊은 연령층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것(26.2%)로 나타났다.

또한 자산거품 붕괴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해 현재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프리터로 전전하는 35~44세는 2010년 기준 50만명으로 추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정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졸자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경제와 노동계 대표들과 오는 6월까지 젊은층 취업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국은 대졸자들이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 <신경보> 등 현지 매체들은 2012학년도 대학원 입학시험에 전국적으로 총 165만6000명이 응시, 지난해보다 9.3%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대 대학원 응시자는 2만1000명에 달했으며 베이징사범대, 베이징인민대, 칭화대 등도 모두 1만명이 넘었다.

중국에서 대학원 진학 열기가 높아지는 것은 취업난으로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자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으로 피하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학원 진학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서 2012년 대졸자가 68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대도시의 고소득 일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아 상당수는 진학이나 유학 등 계속 공부하는 길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지방 일선조직에 자리는 얻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비록 대학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2009년부터 학부생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석사 학위를 갖게 되면 전문직을 갖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가 1일(현지시간) 미국 대학 졸업생 취업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는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신호라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최근 IBM과 제너럴일렉트릭(GE), 아마존, 애플 등 미국 대기업들이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예비 대학생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E는 올해 신규 채용을 예년의 3000~4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학고용자협회(NACE)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대학 졸업자 채용은 10.2%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NACE는 “아직까지 채용 규모 자체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지난 4년간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감안할 때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분석했다.

미국 내 12개 대학의 취업 상담 전문가들은 캠퍼스 취업모집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올 들어 약 15~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는 기업들의 면접이 지난해보다 7.45% 늘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역시 캠퍼스 리크루팅에 참여한 기업이 작년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UCLA의 취업상담 대표인 캐시 심스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