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총련, 뼈아픈 자성 시급하다
기무사는 I대 공모군이 지난해 6월 일부 언론에 제공한 '제5기 한총련 출범식 정보수집 동향'은 순전히 '만들어낸' 문건이었다고 발표했다.
기무사의 이같은 발표에 많은 운동권 학생들은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도 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서 공모군이 그같은 일을 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비극은 문건조작 사실이 진실이라는 데 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은 기무사 발표가 있은 다음날 17일자 신문에 기무사 민간인 사찰기사와 관련해 오보를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기사를 게재했다.
공모군이 배포한 문건이 조작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공모군은 구속되기 몇 달 전 이 신문의 기자들에게 자신의 문건조작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하고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또 운동권 학생 개개인들에게 왜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가,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선배들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는가도 묻지 않을 수 없 다.
일반 학생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최근 운동권 학생들의 편협한 사회인식 수준과 맹목적 열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한총련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도 이렇다할 사과성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 히려 한총련은 일부 학생들이 나우누리 한총련 전용 CUG(폐쇄그룹)인 민운사(scugo 9) 게시판에 올린 항의글을 삭제해 물의를 빚는 등 아직도 폐쇄적인 조직운영 모습만 보이고 있 을 뿐이다. 한총련의 위기는 당국의 공안탄압 때문이라는 주장도 점차 학생들로부터 설득력 을 잃어가고 있다.
운동권 학생들은 공모군의 문건조작사건을 통해서 학생운동 자체는 학원민주화나 사회민 주화 못지 않게 개인들의 자기완성 과정임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런 뼈아픈 자성 없이는 학생운동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것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