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TOEFL iBT’ 대신 ‘빠른 ITP’ 인기
토플성적 미뤄 수시 비상···ITP 확대 목소리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을 앞두고 ‘토플(TOEFL) iBT(이하 iBT)’ 시험 성적 발표가 늦어져 말썽을 빚은 가운데, 대학 입시에서 영어 시험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성적 채점과 성적표 배달이 느린 iBT 대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기관토플(TOEFL ITP, 이하 ITP)’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플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은 당초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발표 예정이었던 8월 19일자 iBT 시험 성적발표를 9월 7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공지가 올라온 지난달 29일은 당초 시험 성적 발표가 예정된 날이었다. 사전 공지 없이 발표 성적 당일에서야 연기 사실을 수험생에게 통보,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을 앞둔 수험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통상 iBT 성적은 시험일로부터 10~14일 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종이성적표는 4~6주 후 우편으로 배송된다. ITP 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TP의 경우 iBT와 난이도는 비슷한 반면, 성적처리 기간은 2~3일로 짧다. 저렴한 비용도 강점이다. iBT의 1회 응시료는 170달러로,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반면 ITP는 1회 응시료가 30달러 전후로, iBT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TP의 경우 iBT와 같은 주관사인 ETS에서 출제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커뮤니티 컬리지 입학 점수로 인정해줄 만큼 공신력을 입증 받았다.
공신력은 물론, 시험 성적이 빠르고 가격이 저렴한 까닭에 현재 국내에서는 경희대·한국외대·연세대 등이 교환학생 선발과 대학원 졸업시험에 ITP를 활용 중이다. 한국외대의 경우 교환학생과 파견학생 선발에 ITP를 활용하고 있으며, 연세대는 박사과정 입학시험에, 경희대는 교환학생 선발시험에 활용한다.
80%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중인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원에서도 본과 입학에 앞서 ITP로 학생들의 기본 영어능력을 테스트한다.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원 신아영씨는 “ITP는 공정하게 영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라며 “다른 영어시험보다도 비용이 저렴해 학생들 부담이 없고, 시험결과도 빨리 나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ITP를 활용하고 있다. SK건설은 MBA과정 선발을 위해, 프로셀 제약회사에선 직원 영어평가에 ITP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대학들도 입시에서 iBT 대신 ITP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한편, 어학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어학특기자 전형은 수능은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잘만 활용한다면 어학성적은 다소 낮더라도 어학특기자 전형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어학특기자 전형은 올해 수시 지원 6회 제한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전형 중 하나”라며 “어학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본인의 어학성적과 다른 평가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지원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