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안녕하지 못했던 청소노동자들

2014-01-07     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지난해는 유난히 청소노동자들의 처우에 관심이 집중된 한해였다. 연말 연이어 드러난 서울여대와 광운대의 인권침해 사례는 심각했다. 용역업체로부터의 막말과 인권침해 속에 박봉을 받으며 청소노동자들은 허리를 펴기 힘든 한해였다. 일부 대학이 직접 고용제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2013년 한 해를 청소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1월 … 해 넘긴 동의대 청소노동자 철야농성= 첫 소식은 부산에서 나왔다. 45명의 동의대 청소노동자는 지난 2012년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했다. 1월 2일 임금 인상안 협상이 결렬됐다. 대학본부는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 묻겠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그밖에 충북 서원대 청소노동자 30명도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해결하라며 대학본부를 비판했다. 청소노동자 파업이 시작된 홍익대에서는 용역업체와 노무법인이 노조와해를 기획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2월 … 대학병원 청소노동자도 “안녕 못해”= 충남대병원 소속 청소노동자 30명은 2월 7일 충남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견디지 못할 수준의 저임금 개선”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공개입찰로 용역업체를 선정하다보니 매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고 인정하고 개선을 다짐했다. 허사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이 청소노동자에게 지급한 월 인건비는 102만원 수준이었다.

■3월 … 대학가 청소노동자, 유해물질 노출 ‘무방비’=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충격을 준 보고서가 발표됐다. 공공운수노조와 13개 노동단체, 심상정‧은수미‧장하나‧우원식 국회의원이 대학가 최초로 청소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인 'EGEB(Ethylene Glycol monobutyl ether)'이 0.67ppm 검출됐다. 조사단은 “이 수치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0.33ppm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인 A씨는 교내 대청소 도중 튀어오른 음료수병에 눈을 맞아 400만원의 치료비가 들었다. 이중 학교는 120만원을 지원했다. 23일간 입원치료를 했고 석달을 쉬었다. 임금은 받지 못했다.

■4월 … 시립대 차별철폐 대행진 학생회와 마찰= 4월은 잔인한 달이 됐다. 생활임금 보장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차별철폐 대행진을 벌이던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과 총학생회가 충돌했다. 소음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차별철폐구호가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이후에도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90~130만원에 그쳤다. 식대와 주말특근, 교통비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월 … 가정의 달 맞아 훈훈하게 시작했지만= 5월 첫 소식은 훈훈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들과 조선대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그러나 봄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조선대 용역업체가 변경되며 청소노동자 18명이 사실상 해고됐다. 남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도 삭감됐다. 조선대 청소노동자들은 “업무가 살인적으로 늘어 자발적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고 주장했다.

■6월 … 청소노동자 ‘대오 확대’= 동의대 외에 대구대,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영남대 등 5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실력행사’에 동참했다. 이들은 연대파업을 선언하고 대구대 본관을 무기한 점거했다. 깜짝 놀란 대학은 본관점거가 시작된 11일 노사간 합의를 이뤘다.

전남지역도 ‘대오’가 확대됐다. 집회를 지속해온 조선대 청소노동자들에 이어 전남대 여수캠퍼스 청소노동자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전남대 광주캠퍼스와 판이하게 다른 처우를 받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부총장 사택 청소에 동원되는 등 ‘출장청소’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7월 …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의 인권위 진정=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지를 드러내며 순항하는 듯 했던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암초에 걸렸다. 정년보장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의 정년은 65세. 그러나 이를 적용할 경우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23명(40%)이 해고된다. 청소노동자들은 인권위원회에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으로 인한 집단해고를 막아 달라”고 진정했다.

■8월 … 전남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에어컨 전력 중단 ‘빈축’= 청소노동자들의 ‘실력행사’에 무리하게 대응한 전남대 여수캠퍼스가 빈축을 샀다. 청소노동자들에 따르면 전남대는 7월 31일 오후 청소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휴게실의 에어컨 전력을 끊었다. 이들은 “청소노동자들이 쉬는 휴게실의 에어컨 전선을 절단한 것은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9월 … 민족대명절 맞아 재차 ‘훈풍’= 학생들이 5월 청소노동자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뒤 오랜만의 훈풍이 불었다.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본부는 16일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떡과 식용유 등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해 여러 가지 궂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월 … 울산대병원도 파업 돌입= 울산대병원 청소노동자들도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병원 곳곳에 리모델링이 진행되며 노동 강도가 높아졌으나 병원측은 오히려 인력을 줄였다”고 말했다. 31명의 청소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하자 병원 측은 병원 위생관리를 명분으로 다른 용역업체의 직원 30여명을 청소에 투입했다.

■11월 … 인권침해로 뒤덮인 서울여대= 13일 서울여대서 출범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여대분회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다 소장에게 걸려 ‘벌’로 휴식시간이 30분 축소되고, 부소장 자녀 결혼식에 동원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한 학생은 인권유린에 분노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2월 … 바통받은 광운대‧중앙대=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유린에 대한 분노가 채 식기도 전에 광운대와 중앙대에서도 ‘출장청소’와 비정상적 근무가 드러났다.

광운대는 청소노동자들을 동원해 이사장의 사택을 청소하도록 했고, 여성노동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이 밝혀졌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은행과 도토리를 주워오도록 하는 등 비상식적인 지시도 있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건물내부와 외곽을 모두 도맡아 청소하는 등 노동강도가 유독 높았다. 다수의 청소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용역업체가 특정노조 가입을 강요하는 등 노동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농성파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