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계 폐지 앞두고 국립대 "등록금 어쩌나"
대체법안 표류에 교육부 지침까지 늦어지며 ‘눈치싸움’‧등록금 고지는 이달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기성회계 폐지를 눈앞에 둔 국립대들이 2015학년도 등록금 고지에 고심하고 있다. 국회 기성회비 대체법안 관련 처리와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2월 예정인데 대학 등록금 고지는 1월 말이라 국립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국립대 곳곳에선 예견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통과가 유력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에 따르면 국립대는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일원화해 걷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들은 문제 소지가 있는 일을 나서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당장 기성회비 폐지가 확실시 되는 시점에서 기존처럼 기성회비를 걷기도 힘들다. 이러니 기성회비 폐지를 염두에 두고 2015년 예산을 편성한 교육부 입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1월 말 등록금을 고지가 코앞인데 등록금심의위원회 일정이 지연되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 A대학은 “등심위를 못 여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부 지침이 없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2015학년도에 기성회비를 걷지 않겠다며 따로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대학에는 기성회비를 걷어라 또는 걷지 말라는 지침을 따로 주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역 B대학 재무과 관계자는 “다른 대학들의 눈치를 봐 가면서 할 수밖에 없다”며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서 걷자니 고등교육법상에 있는 등록금 인상률에 걸린다. 얼마 하지 않는 수업료에 기성회비를 포함시키면 인상률이 몇 백%가 돼 버린다. 기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걷겠다고 하면 논란이 될 수 있다. 대학이 법 통과전에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서 걷자니 등록금 상한선을 훌쩍 넘기게 된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년도의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등록금 상한선은 2.4% 다. 국립대 등록금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하면 등록금 인상률이 수백 배 상승하게 돼 사실상 고등교육법 위반이 된다. 대학들이 섣불리 등록금 고지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20일 등록금 동결을 확정지은 경상대도 고충을 털어놓았다. 경상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어디 기준에 맞춰 걷으라고 말을 해주면 좋은데 아무 지침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등록금은 동결로 결정했지만 등록금을 어떻게 걷을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존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일원화하는 대학들의 고민도 깊다. 지난 20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연 서울과기대는 “수업료로 일원화는 것으로 방향으로 잡고 납부도 일원화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지침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 교육부 정책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밝혔다.
23일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여는 경남과기대는 다른 대학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확답은 못하는 단계”라며 “기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걷게 되는 것은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도 다른 학교랑 비슷하게 등록금 동결과 수업료에 일원화해서 걷는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21일 전국국립대사무국장협의회 등 향후 협의체 일정을 주목하고 있다. 협의체 차원에서 국립대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겠는냐는 것이다. C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기성회계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공동으로 움직이려는 분위기다”며 “사무국장협의회와 이후 있을 총장협의회에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