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보다 취업" 황 부총리 발언에 전문가들 '난색'

KDI 보고서 "대학교육성과는 취업률"
백성기 구조개혁위원장 "교육정상화가 우선"

2015-02-05     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정부가 대학을 취업기관으로 인식하는 발언과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논란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대학생들과 면담하면서 ‘학문보다 취업이 우선’이라고 언급했고 이 보다 먼저 지난 3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학교육성과 산출물은 취업률’이라고 규정했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각이라며 즉각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교육에 의미를 모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임재홍 방송통신대학 교수(법학)는 “대학은 학위를 통해 학생의 교육정도를 인정해주는 기관”이라며 “취업을 시켜줄 의무는 대학이 아닌 국가에 있다.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이 가진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해줘야 한다. 일자리 창출 정책은 실패하면서 대학에 취업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대학학회를 이끌고 있는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어영문학)도 일침을 가했다. 윤 교수는 “교육의 결과 취업역량을 기른 학생을 배출하고 이를 위한 교육여건을 제고해야 한다는 판단은 맞더라도 교육의 목표를 취업으로 설정하는 것은 한참 빗나간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황 부총리는 지난 4일 취임 후 최초로 열린 대학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가적인 인력 불균형이 극심해 이를 장기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적 소양은 중요하지만 먼저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그에 필요한 소양 개발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KDI는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3일 ‘대학 졸업자 취업률 제고를 위한 재정지원정책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취업률을 대학교육성과산출지표로 산정해 이를 제고하기 위한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수 1인당 학생수 △장학금 지급률 등이 취업률을 제고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며 대학재정지원도 이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보고서가 언급한 지표들이 대학교육의 핵심역량지표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취업률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취업률은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지표다. 이를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황 부총리의 발언처럼 취업이 시급하고 중대한 사항인 것은 맞지만 대학교육의 장기적 관점에서 학문과 대학교육의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취업률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