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학사구조조정, 인문학 황폐화·해체 초래"

인문학 진흥방안 심포지엄 개최…교육부, 6월 중 종합방안 마련

2015-03-25     이연희 기자

▲ 인문학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종합 심포지엄이 24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렸다. 교육부는 이 심포지엄을 포함해 그동안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인문학진흥종합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인문대학과 관련한 변화들이 대학 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 교육과정의 변화가 주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활발한 공론장이 열려야 하며, 교육부는 대학들이 이러한 공론의 장을 만들도록 장려해 불필요한 갈등과 쟁투로 인한 낭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최근 대학구조개혁 정국과 맞물려 중앙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을 축소하는 골자의 학사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가운데, 이같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24일 오후 서강대에서 열린 인문학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종합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중앙대와 같은 변화는 기존 인문대학의 해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교육부와 대학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인문학의 황폐화 내지 급작스런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문학 위축이 초래할 사회적 결과는 심대하다”고 우려했다.

시대 변화 속에서 인문대학의 교육과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통섭적 지역학이나 이공계열과의 접목을 통한 전문적 융복합학문으로 나누면서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융합에 집중하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류병래 충남대 인문대학장 역시 “대학이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줄여 인문학 교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나무의 뿌리를 잘라버리는 행위”라며 “대학에서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기본에 충실하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 수요가 있는 융합전공을 운영해야 하며, 국가는 국립과 사립, 규모 등에 따라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 연구 역할 분담을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여전히 취업률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과 함께 학문후속세대가 무너진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일부 교수들은 인문대학에 한해 취업률보다는 기초학문분야 투자비율이나 진학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취업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한호 아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설정을 돕고,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복수전공 이수를 권장할 것을 제시했다. 이상도 울산대 교수는 각 지역이나 대학의 강점과 접목한 전공 특성화를 비롯한 실무역량 배양을 위한 트랙제도 운영안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문학 연구 진흥과 관련해서는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연구 지원의 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박사 이상 연구인력을 엄격하게 선발해 지원하면서 대학 전임교원으로 배분하는 ‘교육부 지원 연구제도’를 제안했다.

인문학 연구 특성상 창조성이 따른다는 점도 거론하며 “최근 정부와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지원사업은 연구자 초학제-집단연구와 하향식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개인의 관심에 따른 연구와 국가사회적 필요에 따라 설정된 의제를 따른 연구를 일정 비율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인문학고등연구원 등 국가적 인문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진흥. 대중화에 인문도시와 함께 지역 거점별로 ‘인문라이브러리’를 통해 각종 자료를 보관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과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황우여 부총리.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 발전하다보니 사회의 수요, 특히 인적자원의 양성과의 여러 불일치 문제를 많이 거론들 한다. 급격히 바뀌는 사회 수요를 대학들이 어떻게 부응하는지 감안해 정부가 강력한 뒷받침을 해야만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면서도 “교육부에서 여러 가지 시책을 내고 있지만, 인문학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에 강화할지언정 약화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심포지엄을 비롯해 그동안 제시된 학계의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종합해 6월 안에 인문학 진흥종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