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학사구조조정, 인문학 황폐화·해체 초래"
인문학 진흥방안 심포지엄 개최…교육부, 6월 중 종합방안 마련
최근 대학구조개혁 정국과 맞물려 중앙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을 축소하는 골자의 학사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가운데, 이같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24일 오후 서강대에서 열린 인문학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종합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중앙대와 같은 변화는 기존 인문대학의 해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교육부와 대학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인문학의 황폐화 내지 급작스런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문학 위축이 초래할 사회적 결과는 심대하다”고 우려했다.
시대 변화 속에서 인문대학의 교육과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통섭적 지역학이나 이공계열과의 접목을 통한 전문적 융복합학문으로 나누면서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융합에 집중하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류병래 충남대 인문대학장 역시 “대학이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줄여 인문학 교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나무의 뿌리를 잘라버리는 행위”라며 “대학에서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기본에 충실하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 수요가 있는 융합전공을 운영해야 하며, 국가는 국립과 사립, 규모 등에 따라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 연구 역할 분담을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여전히 취업률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과 함께 학문후속세대가 무너진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일부 교수들은 인문대학에 한해 취업률보다는 기초학문분야 투자비율이나 진학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취업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한호 아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설정을 돕고,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복수전공 이수를 권장할 것을 제시했다. 이상도 울산대 교수는 각 지역이나 대학의 강점과 접목한 전공 특성화를 비롯한 실무역량 배양을 위한 트랙제도 운영안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문학 연구 진흥과 관련해서는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연구 지원의 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박사 이상 연구인력을 엄격하게 선발해 지원하면서 대학 전임교원으로 배분하는 ‘교육부 지원 연구제도’를 제안했다.
인문학 연구 특성상 창조성이 따른다는 점도 거론하며 “최근 정부와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지원사업은 연구자 초학제-집단연구와 하향식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개인의 관심에 따른 연구와 국가사회적 필요에 따라 설정된 의제를 따른 연구를 일정 비율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인문학고등연구원 등 국가적 인문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진흥. 대중화에 인문도시와 함께 지역 거점별로 ‘인문라이브러리’를 통해 각종 자료를 보관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과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 심포지엄을 비롯해 그동안 제시된 학계의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종합해 6월 안에 인문학 진흥종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