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대기업 스펙타파..자기소개서 컨설팅 업체로 눈길
개관적 기입 항목 부재 이용한 수험생 불안심리 활용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는 '탈스펙 채용전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수험생들이 ‘고액 자기소개서 컨설팅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객관적 기입 항목이 없어졌기 때문에 ‘자소서밖에 잘 쓸게 없구나’ 라는 불안 심리가 적용한 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21개 그룹의 올해 대졸 공채제도를 분석한 결과, 지원서류에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의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한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20곳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의 내용으로 지원자의 면면을 세밀히 살펴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고액 자기소개서 컨설팅 업체까지 이용하는 실태다.
모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원서류에 학점과 어학 점수를 뺐다. 그러다 보니 지원자의 성실도나 직무능력 등을 보려면 자기소개서를 자연스럽게 꼼꼼히 보게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 담당자 역시 “탈스펙 전에도 자기소개서를 보기는 봤지만 인사담당자도 사람인지라 담당자 별로 평가 기준이 다르다. 학점을 중시하고 이를 먼저 보고 고르는 사람, 어학성적 먼저 보고 고르는 사람 등등. 그러나 이제는 누구 할 것 없이 자기소개서를 기준으로 수험생들을 평가 할 수밖에”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객관적으로 기입 하던 항목이 없어지니 ‘탈스펙 시대’가 왔다며 환영하면서도 또 다른 불안 요소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A(28)씨는 “전자전기 직무를 지원하는데 서류부터 자기소개서를 써야하는데 부담이 든다. 서류를 붙어야 면접에서 실무실력을 보여 줄 텐데 정말 자소서 컨설팅 업체에 부탁을 해야 될까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만원을 주고 자기소개서를 컨설팅 받은 수험생도 있었다. B(27)씨는 “글쓰기에는 너무 재주가 없어서 취준생임에도 불구하고 2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이고 자기소개서 개인 컨설팅을 받았다. 그냥 성장과정부터 포부까지 다 써주더라. 그 자소서 같고 10군데는 다 넣어봤다. 하지만 단 한 군데도 붙은 데는 없다”면서도 “내가 썼으면 그것보다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고가의 비용까지 들이면서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기업은 유려한 글 솜씨를 보진 않는다. 몇개 채용사이트만 하더라도 무료로 자기소개서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고비용을 들여서 컨설팅을 받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며 “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해당 기업의 정보와 포지션을 공부해서 그것에 맞게 알맞은 자기소개서를 진심으로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