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경쟁력 없는 학부는 문닫아라
루마니아 대학들이 동유럽 국가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새로운 대학 개혁 프로그램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초 의회를 통과한 대학 개혁 프로그램에 관한 법이 대학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특히 대학 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상당수 대학의 학부와 관련 교수는 재정 압박으로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현재 발효중인 대학 개혁 프로그램의 골자는 공립 대학에 대한 정부 기금 분배 방식의 변화에 있다. 대학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입된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각 대학은 등록 학생수에 근거해 '학부'가 직접 예산을 분배받게 됐다. 예상 총운영비에 기초해 '대학'에 예산을 분배하던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 따라서 학생들의 지원률이 저조하고 경쟁력이 없는 학부는 예산을 받지 못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새 제도에 따라 처음으로 예산 분배가 이뤄진 결과 54개 +루마니아 대학 중에서 재학생이 가장 많은 부카레스트 대학의 경우 17개 학부 중 겨우 6개만 충분한 연간 교수 급여를 확보했을 뿐 나머지 학부는 교수에게 줄 급여마저 허덕이게 됐다.
대학의 효율성과 평판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대학 스스로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장이나 총장이 나서서 보다 공격적으로 외부 연구 계약을 유치토록 독려한 점이 좋은 예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를 위해 외부 연구 계약으로 확보한 수입은 30%만 인정하던 과거와는 달리 얼마든지 보장해준다는 방침이며 대학이 과거보다 쉽게 수업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학 사회의 동요도 만만치는 않다. 당장 교수 급여조차 확보하지 못한 학부 대학에서는 비교적 자금이 넉넉한 학부가 그렇지 못한 학부와 나눠쓰기를 원하지만 임기응변에 불과한데다 개혁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어긋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을 재정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라는 볼멘 소리도 끊이지 않지만 정부나 몇몇 긍정론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 프로그램이 결국 대학의 경쟁력을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의 도입 배경에는 대학 개혁이라는 원칙 외에 해외 부채불이행 상황에 처해 있는 루마니아에 대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산 삭감을 요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루마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4%를 고등교육에 할당하고 있다. <크로니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