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공장 전락, 경영대학원 교수를 해고하라

1999-10-08     이일형
"경영대학원의 모든 교수를 해고하라. 그리고 그들을 프리랜서로 재고용하라." 최근 영국에서 발행된 한 서적이 경영대학원에 대해 이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은 뒤 이 를 둘러싼 논란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등교육전문지 <크로니클>은 최근호에서 영국을 비 롯한 유럽을 중심으로 경영대학원의 문제점을 비난한 한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서 이 책이 출판된 뒤 경영대학원 관계자들의 반론이 거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위도식할 수 있는 자리: 경영대학원의 경영'(Gravy Training: Inside the Business of Business Schools)라는 제목이 붙은 문제의 책은 1개월 전 발간됐다. 이 책이 주장하는 핵 심 내용은 경영대학원의 교수를 모두 해고하고 그들 스스로 재고용될 가치가 있는지 증명하 도록 하자는 것.

영국의 경제 분야 저널리스트인 두 명의 저자는 이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하게된데 대해 경 영대학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돈을 낳는 암소'(Cash Cows)쯤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 고 밝힌다. 돈벌이가 되는 기업체 컨설팅을 수주하고 입학생의 등록금 수입 등으로 대학 측에서 보면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지만 경영대학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나 학과목 등은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진전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 심지어 경영대학원에서 자랑하는 스타급 교수들조차 캠퍼스 강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기업체 컨설팅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경영대학원이 이처럼 '경영학석사학위(MBA) 공장'으로 전락하게된 데는 학생 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소속 회사의 복지나 성공이 아니 라 학생 자신의 이력이며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것.

저자들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게 현실이라며 경영대학원의 변화를 촉구했는데 그 배경에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있음을 강조했다. 실무자 교육 시장에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사내 대학이나 영리성 대학, 컨설팅 및 교육 전문회사 등은 기존의 경영대학원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자들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뉴욕에 있는 한 사내 대학 프로그램 개발 단체에 따르면 지난 88년부터 증가한 사내대학은 최근들어 1천6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있다는 것.

저자들의 이같은 비난과 주장에 대해 경영대학원 관계자들은 복합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 다. 우선 경영대학원이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는 원칙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경영학교육협회(IAME)의 한 관 계자는 "실제 경영대학원의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점들이 많다"며 그 예로 경영대학원이 백 인과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미국교육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여성 재학생의 비율은 학사 수준에서 48%를 차지하고 석사 단계 37%, 박사 단계 29%로 결 코 적지 않다는 것.

외부 컨설팅에만 집중하고 학생 교육은 소홀히 한다는 저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는 "경영학 교수들은 외부 세계와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학생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며 컨설팅을 줄이 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대학원의 프로그램이 전혀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또다른 경영대학원 관계 자는 경영대학원은 이미 혁신을 이루고 있으며 온라인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업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들이 그 예라고 맞받아 쳤다. <김재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