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직업전망➁]‘4차 산업혁명’ 갈길 먼 전문대학 발목 잡는 NCS

한정된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 속 대비 여력 ‘부족’

2017-01-04     천주연 기자

지난 한 해는 4차 산업혁명의 해였다. 지난해 1월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 뒤 정·재계는 물론 교육계까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가장 큰 변화는 직업이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직종 71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생겨 510만 개 직종이 없어지고 고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가에서도 새로운 교육혁신과 전혀 새로운 일자리에 대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직업교육 최전선에 있는 전문대학의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지난 한 해 동안 논의됐던 직종변화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NCS 847개 가운데 152개(17.9%) 수년 내 사라져
해당 분야 NCS 개발 또는 현 정부 방향 재검토해야

▲ 대학입시박람회에서 학생들이 한 대학에서 제공한 가상현실(VR)기기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캠퍼스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래할 기술혁신의 변혁은 미래 직업까지 변화시킬 전망이다.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문대학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는 현존하는 직종 가운데 71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겨나면서 결과적으로 510만 개의 직종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들은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단연 NCS이다. NCS가 전문대학의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과 평가에 주요 지표로 등장하면서 NCS 도입률은 전문대학의 생존과 직결됐다. 이 가운데 전문대학은 NCS 도입률 높이기에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쏟게 되고 자연히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사업의 경우 NCS 관련 평가지표가 SCK사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 되면서 NCS 확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SCK사업은 전문대학 관련 정부재정지원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되는 만큼 열악한 재정상황에 놓인 대다수 전문대학은 NCS 도입률 올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새롭게 시작될 정부재정지원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열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연찬회에서 한 교육부 관계자가 “올해 신설되는 사회맞춤형 선도 전문대학 육성(LINC+)사업 계획서에 NCS를 배제한 교육과정을 작성한다면 바로 탈락”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앞으로도 전문대학가의 NCS 확산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A전문대학 기획처장은 “전문대학에서는 NCS 도입률이 상당히 중요하다. 교육의 질 관리 측면에서 스탠더드를 만들고자 NCS를 도입한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역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문대학에서도 R&D나 미래 산업에 필요한 주제 등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하고 커리큘럼도 보완해야 하는데 지금 NCS 도입률 높이기에 매몰돼 있다. 대학 내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NCS라는 틀에 맞추는 데 에너지를 다 쏟으면 미래를 준비할 에너지가 그만큼 없는 것 아니겠나”고 토로했다.

이에 많은 전문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NCS만 좇다간 4차 산업혁명 이후 전문인력 양성이 전문대학은 배제된 채 일반대학들만의 고유 역할로 넘어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인데 NCS는 과거의 산업구조에 맞춰 편성된 산업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내는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개발된 NCS 가운데 일정 부분은 앞으로 수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향후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80~90%에 달하는 직업군 100개와 지난해 7월 확정고시된 NCS 분야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총 847개 가운데 152개(17.9%)가 확실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확률 99.9%인 콘크리트공 직업군에 해당하는 NCS 분야는 △포장 △건축구조설계 △철근콘크리트시공 △콘크리트공 기계운전 등으로 수년 내에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물품이동장비조작원에 해당하는 △건설기계·정비 △건설안전관리 △물류관리 △위험물운송·운반 관리 △운송용항공기조종 △수산식품유통 △화물운송 △사업용항공기조종 △농산식품유통 △축산식품유통 등의 NCS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체 확률이 50% 이상인 직업군까지 확장한다면 그 비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직업군에 대한 NCS 개발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문대학을 NCS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B전문대학 교수는 “미래에 나타날 산업에 대해 장담하는 건 엄청난 예지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스탠더드 교육과정을 만든다는 것은 기대하기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결국 4차 산업혁명 이후 중요도가 높은 산업분야의 NCS를 개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전문대학에만 NCS 도입을 강요하고 도입률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현 정부의 방향에 대한 검토와 수정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