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식투자 붐…전문가들 “섣부른 접근 되레 위험”
‘과시 심리’·‘단기 이익 욕심’ 경계…“투자지침 등 기본부터 탄탄히”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소재 모 대학 SNS 대나무숲 페이지에 주식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목표였던 주식평가 금액 4억원을 달성했다”며 “원금이 1억이었는데 8달 동안 5배나 올랐다”고 쓰였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뒤, 글쓴이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도 주식투자를 시작해보겠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최근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주식계좌를 신설했다는 서울 소재 대학생 A씨(경영2)는 “아르바이트 월급과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등으로 종잣돈을 마련했다”며 “인터넷과 특히 카톡방을 통해 정보를 얻고, 나름대로 공부를 해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최근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주식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웹사이트와 카페, 메신저 ‘주식방’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학 강단에서도 ‘주식’ 관련 강의가 개설되는 등 대학생들은 이전보다 주식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대학생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증권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금융정보업체 담당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투자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섣불리 달려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주식의 본질에 다가서는 고민 없이 특정 부분에만 사로잡혀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학생들의 경우, 어느 특정 종목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나면 주변의 조언에도 본인의 투자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더러 있다”며 “주변의 현명한 투자 조언과 전략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대박을 위해서, 동시에 수익금을 과시하기 위해 접근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 ‘청년 버핏’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대구 소재 모 대학생 B씨(정치외교4)가 주식투자로 400억원을 벌었다고 알려져 학생들을 비롯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의 투자 전략을 배우기 위한 움직임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이 사실이 부풀려졌고, 실제 그가 번 돈은 14억원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B씨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3년 입학 시기부터 1000여 만원의 종잣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며 “현재까지 레버리지(leverage, 이자지급액 등으로 손익 변동이 확대되는 효과)로 투자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원금은 5억원 가량이지만, 기존에 순수 거둬들인 금액은 14억원 정도가 맞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에게 이른바 ‘대박’난 주변 사례에 현혹되기보다 올바른 ‘투자지침’을 배우는 것이 먼저라고 권장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원칙은 ‘투자지침을 무시할 때 가장 큰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라며 “투자지침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생들은 주식시장의 특성상 고급 정보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당장의 이익을 위해 급하게 뛰어드는 것보다는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가치평가작업, 애널리스트가 현재 기업 가치를 판단해 적정주가를 산정하는 작업) 등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놓은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기본부터 차근차근 연구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박스]전문가가 제안하는 투자지침
① 전문가도 시장은 이길 수 없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라.
“ETF는 펀드를 주식화한 상품이다. ETF의 큰 매력인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투자와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ETF는 펀드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 노출을 감소시킨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하면 주가가 중간에 하락할 때 낭패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ETF에 투자하면 산업 전체를 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② 성장주에 대한 역발상 투자 전략을 세워라.
“특정 업종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집중될 때가 있다. 하지만 역발상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앞으로 10년 뒤 가장 클 업체를 찾아야 한다. 성장주라는 큰 그림 안에서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가치평가작업, 애널리스트가 현재 기업 가치를 판단해 적정주가를 산정하는 작업)이 적당히 내려왔을 시점이 매수할 때라고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과 뉴스 등을 통해 신기술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③ 가치주에 투자하라.
“어떤 업체의 주가가 빠른 시일만에 크게 오를 때가 있다. 주식의 적정주가에 비해 너무 높을 때 매수하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다.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하락될 때가 오는데 이때가 바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의 적기다.”
④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라.
“배당 지수가 높은 종목은 꼭 투자해야 한다.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에 대해서는 항상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높은 배당수익률을 가진 종목을 보유하게 되면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4~5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길게 보고 투자하라.
“주식투자는 적어도 수년간 묵힐 생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두 달 투자해서는 투자위험만 높아지고, 수익은 낮아진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자료 등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주가 움직임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