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총장 선임 갈등 “교수들만의 투표 인정 못해”

‘교수들만의 리그’ 된 교내선거…노조·총학 반발 노조·총학 “교내선거 영향 지대, 결과 무효” 교협 “교수는 교육·연구 중추 역할”…교수 투표 ‘문제 없어’

2020-11-15     허정윤 기자
숭실대학교가 제15대 총장 선출 과정 중 내홍을 겪고 있다. 숭실대 베어드홀 입구에 숭실대 노조와 총학생회의 대자보와 항의 문구들이 붙어있다. (사진=허정윤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숭실대 차기 총장 선임 과정에서 교수협의회(교협)와 직원노동조합(노조)·총학생회(총학)가 맞붙었다. 최종 총장후보 선임 전 사전선거 격으로 치러지는 교내선거가 ‘교수 직선제’로만 치러지는 데 따른 것이다. 최종 총장후보 선임 권한은 어디까지나 총장검증위원회(검증위)에 있고 교내선거 결과에 얽매이지 않도록 돼 있지만, 그간 교내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자가 총장이 됐던 전례를 볼 때 교수들만의 선거는 부당하며 무효라는 것이 노조와 총학의 주장이다. 반면 교협은 교육과 연구의 중추이자 대학 운영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교수들만의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숭실대 교협은 최근 교수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한 채로 교내선거를 실시했다. 교협은 교내선거를 위해 교수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지난달 6일 ‘총장후보 선거 공고’를 게시했다. 공고에 따라 교협에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 7명은 이후 설명회·선거운동·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일련의 절차를 거쳐 5일부터 6일까지 교내선거를 진행한 결과 이윤재 경제학과 교수가 22.09%로 최다득표자가 됐다. 이어 박완규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18.6%, 장범식 경영학부 교수가 14.83%를 득표했다. 교협이 주관한 교내선거에는 전임교원 379명 중 344명이 참여, 90.77%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세 후보는 결선 투표를 통해 재차 순위를 가렸다. 결선 투표는 15% 이상에서 35% 미만 사이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가 2명 이하인 경우 실시된다. 11일 나온 결선 투표 결과에서도 이 교수가 39.37%(137표)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이어 박 교수가 37.93%(132표), 장 교수가 22.7%(79표)를 얻어 순위가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세 후보자를 선정해 순위까지 가린 ‘교수들만의 선거’는 실제 총장 선임과 무관한 절차다. 숭실대의 새 총장은 교내선거가 아니라 ‘준비위’와 ‘검증위’를 통해 선임되며, 최종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이사·교수·동문·직원·학생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준비위가 최대 10명의 후보를 추려 검증위로 이첩하면, 19명으로 구성된 검증위가 이들 가운데 4명을 최종 후보로 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추천된 4명의 후보 중 1명을 총장으로 최종 선임한다. 

이번 총장 선임에 도전장을 낸 인원은 모두 8명이다. 교내선거에 참여한 7명 외에도 교외 후보 1명이 존재한다. 준비위의 총장 자질 기초 평가와 결격사유 검증 등을 거쳐 이들 8명은 모두 검증위로 이첩된 상태다. 

6일 저녁 베어드 홀 앞에서 교수협의회의 단독 교내선거를 규탄하는 노조와 총학생회의 시위가 진행됐다.(사진=허정윤 기자)

이처럼 별도 절차를 통해 총장이 선임되기에 교내선거가 지닌 명시적 효력은 없다. 최다득표를 한다고 해서 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며, 준비위나 검증위 투표에서 가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준비위에서 검증위로 이첩되는 10명의 후보에 교내선거 최다 득표자가 꼭 포함된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검증위 위원들이 이사진에 올리는 총장 최종 후보자 4명 선출 시 교내선거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노조와 총학은 교수들만 참여한 교내선거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종의 ‘사전선거’인 교내선거가 총장 선임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영석 노조지부장은 “이때까지 총장 선거 양상을 돌이켜볼 때 ‘사전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한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됐다”며 “이사회에서도 교내 구성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큰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총장으로 선정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와 총학은 “직원과 학생이 배제된 교협만의 비민주적인 행동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세 차례의 집회를 열었다. 노조와 총학은 9월 16일 재회의를 통해 새로운 추천제를 개진한 바 있다. 당시 발표된 추천제에는 교수 379명, 직원 164명, 학생대표 36명이 1인 1표제를 행사해 교내추천 후보자의 순위를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교내선거를 다시 실시하겠다는 것이 노조·총학의 주장이다. 

하지만 교협 교내선거 나선 박 교수는 “9월 16일 나온 확정안에 의해 진행되는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노조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협은 교수들만의 투표가 오히려 합당한 방법이라 주장한다. 교협은 “제15대 총장 선임은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중추이며, 숭실대 운영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교수가 중심이 된 교내직선제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이사회에 의견을 보낸 바 있다. 교협 대표들은 “이미 확정된 사안에 다시 회의를 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9월 16일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존 숭실대 교수와 직원은 총장 선임 교내선거 시 1인 1표를 행사했었다. 이번 선거는 학생들도 대표자 형태로나마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 첫 시도다. 노조·총학은 박 교수와 교외 후보자를 제외한 6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교내투표를 진행, 투표결과를 검증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와 총학은 “학내 구성원들의 갈등 속에서 이사회는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행태도 꼬집었다. 전 지부장은 3일 집회에서 “학내 질서가 흐트러졌을 때 학교 운영 최고 기구인 이사회가 확실히 중재해야 한다”며 “중재가 안 될 때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총장 선임 방식 (사진=2020학년도 교수협의회 정기총회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