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백신(Vaccine)에 대해
최병용 연천군보건의료원 원장
백신은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인간에게 있어 ‘질병에 대한 면역을 만들어 주는 의약품’을 말한다. 결코 치료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디오 렌탈이 성행할 당시 광고 문구에 ‘천연두·마마’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천연두에 감염돼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병을 앓고 난 후 얼굴에 일명 ‘곰보 자국’으로 불리는 상처가 남아 인류에게 큰 폐해를 남겼다. 하지만 영국인 에드워드 제너의 백신 발견으로 인해 감염병 자체가 지구상에서 없어지게 됐다.
백신(Vaccine)이란 말은 ‘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천연두 백신 개발로 감염병 자체를 지구상에서 없앤 영국인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 예방법을 ‘vaccination’이라 불렀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에드워드 제너를 기리기 위해 백신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유래가 시작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무려 104명(질병관리청 14일 발표 기준)이 사망하자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심과 거부 움직임이 일면서 코로나19 백신을 향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나라에서 부작용으로 임상실험을 잠시 멈춘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1970년대 말 일부 국가에서 시작됐다. 당시 “‘백일해 백신’이 뇌손상을 초래한다”는 말이 돌았다. 1976년 미국은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신종독감이 유행하자 자국민 2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한지 10일 만에 3명이 사망하자 모든 백신 접종사업을 접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올해 8월 11일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V’ 라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임상 3상 시험 성적이 없었기에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도 6월 자국 ‘캔시노’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후보 물질’을 임상 3상 이전에 승인하고 군인들에게 접종한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백신이 만약 내년에 나온다면 2년 이내 백신이 탄생하는 기록이 될 것이다. 보통 백신은 10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989년 개발된 장티푸스 백신은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105년이 걸렸다. 소아마비 백신은 47년, 수두 백신은 40년, B형간염 백신은 16년의 시간을 요했다. 빠른 편이었다는 홍역 백신 개발에도 10년이 걸렸다. 지카 바이러스를 포함한 에이즈 바이러스, 사스 바이러스 등의 백신은 아직도 개발 중이다.
인류의 건강과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비아그라로 유명한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중간발표를 했다. 화이자는 “6개국 4만4000명의 3상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소금물(위약) 투여자다. 나머지가 진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라 그 유효성은 90%가 넘는다”고 했다.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위한 유효성 50%를 넘겼기에 올해 안에 최고 4000만 도즈를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한다. 어린이·노약자에 대한 추가 검증도 필요하다. 백신 효과의 지속기간도 중요하다, 3주 간격으로 2회 백신 접종을 하면 1년 정도 지속기간이 있다고 발표됐지만, 아직 확증 이전 단계다. 보관온도가 ‘영하 75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일 듯하다. 독감 백신을 상온에 노출 처리해 백신을 회수하기까지 했던 우리로서는 더욱 더 신경이 쓰일 일이다.
점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유럽·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제2의 팬데믹 사태에 대비해 전 세계가 마스크 착용을 강제화했다. 우리나라도 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이다. 다시 한 번 먼 훗날 ‘코로나19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어떻게 묘사될지 무척 궁금해지는 것은 나뿐일까?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