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힘들어도 완주후 통일전망대 서면 뿌듯"
국토대장정 나서는 ‘국토지기’ 정태영 군
2006-06-05
차를 타고 갈 땐 내 땅이 아니었는데, 걸어보니 온전히 내 땅이더라고. 맞는 말이다. 자박자박 걸어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 순간인 동시에 대지의 생기를 한껏 들이키는 묘책이다.
하지만 그 걸음의 길이를 잇대어봤을 때 하루 동안 20~30km를 훌쩍 넘겨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그런 걸음을 한달 내내 계속 이어 9백km를 가야 한다면,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아이고!
아침, 출발에 앞서 발바닥을 파우더로 뽀얗게 덧칠을 하지만 이내 발바닥은 곤죽이 된다. 운동화 속의 발이 가장 먼저 힘들어한다. 대지의 기운에 힘겨워 자맥질을 쳐댄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것이 심장을 움직이게 만든다. 요동치게 한다. 이 묘한 느낌, 숭고하다. 국토대장정은 이런 것이다.
“젊다는 게 그런 거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정공법. 우리의 슬로건이 바로 이겁니다. ‘젊음! 그 하나만으로 세상과 통한다’ 한번 해보는 거죠, 뭐.”
충주대 정태영 군(건설도시공4)은 연신 진지하다. 조금은 흥분돼 있는 것 같기고 하다. 정군은 7월 2일 국토대장정에 돌입하는 ‘국토지기’ 대장이다. 보다 정확한 호칭은, ‘국토지기 8기 기장’.
국토지기는 매년 이 행사를 갖고 있다. 벌써 여덟 번째. 매년 새로운 멤버들로 꾸려진다. 올해 역시 1백20명 모두 ‘신참’이다. 유경험자가 스태프로라도 소수 참여한다면 행사 진행이 보다 매끄러울 수 있을 텐데. 정군은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여장을 꾸리기 앞서 각자 참가비부터 내놓고 시작한다. 스폰서에 의존하는 여는 단체의 행사와 다른 점도 이것이다. 국토대장정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까닭이다. 1백20개의 새로운 경험이 오롯이 쌓였을 때만이 국토지기 8기가 완성된다 믿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해남 땅끝은 이름 그대로 남쪽의 끝. 그곳에서 시작한다.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대학생들이 오직 하나를 겨냥해 한 줄로 걷는다. 이들의 걸음은 28일간 지속될 것이다. 종착지는 통일전망대. ‘미완’의 국토대장정은 그렇게 예정돼 있다. 거기가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북쪽의 끝인 탓이다.
이승호 객원기자 0104726909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