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풀로 자금운영 해법 찾자"
본지 주최 4일 사립대총장간담회서 '한 목소리'
2007-10-05 김봉구
그러나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권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행보는 아직 조심스럽다. 일반 자금과는 다른 성질의 대학 적립금 운용은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짚어보면서도 선뜻 투자 시장에 나서기도 어려운 게 지금 대학가의 모습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사립대 총·학장 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현장의 고민을 나누고, 향후 대학 자금 운영의 발전적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는 24명의 사립대 총·학장들을 비롯, ‘연·기금투자풀(pool)’을 관리하는 기획예산처 관계자와 한국증권업협회 임원진도 참가해 각계의 의견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4일 본지 주최 사립대 총장간담회에 참석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은 재정 확충을 통한 대학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학재정 1조원 확충에 큰 기대를 표명하는 한편, 사립대 적립금 운영 방안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왼쪽 위부터 공정자 남서울대 총장, 권명광 홍익대 총장, 김문환 국민대 총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김윤배 청주대 총장, 김정길 배화여자대학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김중수 한림대 총장, 나용호 원광대 총장, 박동순 동서대 총장, 박범훈 중앙대 총장, 박철 한국외대 총장, 서광수 삼육대 총장.

이어 왼쪽 위부터 서문호 아주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사립대총장협의회장), 양승규 세종대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이기우 재능대학장, 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이용두 대구대 총장, 이현청 호남대 총장, 임용철 대전대 총장, 정순훈 배재대 총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최성해 동양대 총장, 권철현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 임해규 의원(한나라당 교육위원회 간사),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 기획예산처 한완선 기금제도기획관, 한국증권업협회 박병주 이사와 본지 이인원 회장, 홍남석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주요 발언.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반갑다. 교육부가 대학의 수익사업 항목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혀 11월부터는 다양한 자금 투자가 가능해졌다. 어떻게 하면 사립대가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을지 여러 의견을 듣고, 그 방법을 모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저부터 사립대를 졸업하고, 사립대에 오랫동안 근무해와 그 현실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사립대의 자금 투자에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임해규 한나라당 교육위 간사= 주로 초·중등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간 한국대학신문이 주최하는 사립대 총·학장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며 고등교육의 현실을 많이 배웠다. 이번에도 문제점을 지적해주시면 적절히 반영토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 사립대 적립금 문제를 비롯해 내년도 대학교육 재정 1조원 증액 등 재정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보완점을 듣고 정책이 완전해질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
▲한완선 기획예산처 기금제도기획관= 국가 연·기금 제도를 결정하고, 운영 평가를 통해 정책에 반영할 점을 찾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 투자풀(pool)은 사립대 자금 운영에도 유용한 틀이 될 것으로, 총·학장들께 적립금 운용에 대한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박병주 한국증권업협회 이사= 2~3년 전부터 미국 하버드·예일대 등 포트폴리오 투자로 사립대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증권시장도 활성화되는 ‘윈윈 효과’가 눈에 띈다. 기획예산처와 연계, 연·기금 투자풀을 활용하는 등 대학 자금의 증권 투자 방안도 논의했으면 한다.
▲양승규 세종대 총장= 국회와 정부, 총·학장들이 함께 대학 재정에 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이다. 그간 대학 자금은 정부 규제로 자율적 투자가 불가능했었는데, 이번에 규제 일변도 정책이 바뀌며 자금 운영의 폭이 넓어진 것을 환영한다.
다만 재정 운영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총·학장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과의 협의와 자문을 통해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건전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한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 대학 적립금 운영이 규모·규제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수익사업 금지항목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줬으면 한다.
또 등록금 중 30%를 장학금으로, 그 중 10%를 저소득층 학생에게 배분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교육부의 ‘사회통합·기회균등’ 관련 예산으로 이를 대체하고, 대학 자금은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도록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도서 구입시 부가가치세가 감면되는데, 실험실습기자재 구입시에도 이를 적용해줬으면 한다.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KAIST가 최근 정년보장 교수 심사 대거탈락 시켰듯, 고등교육재정에도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고등교육재정의 GDP 대비 1% 확충을 밀어붙여 현재의 2~3배로 늘리는 것을 적극검토하고 있다.
▲김정길 배화여자대학 학장= 전문대학 입장에선 고등교육예산 3조 6,800억 가량 중 전문대학에 배분되는 예산이 4년제대의 1/10 규모란 점이 아쉽다. 권 위원장 말씀처럼 고등교육재정 전체의 확충과 함께, 그 중 전문대학의 예산 비중도 늘려주기를 바란다.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 내년 고등교육재정이 1조원 가량 증액된다. 이중 대학 교육역량강화 관련해서 투입하는 1,300억원 중 전문대학에도 600억을 지원한다. 특히 포괄재정 지원방식을 도입, 총·학장이 보다 창의적으로 지원금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한완선 기획예산처 기금제도기획관= 투자는 편중됐을 때 위험한 것이다. 대학들도 연·기금 투자풀과 같은 ‘펀드 오브 펀드’ 형태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분산투자와 운영사의 객관적 선정·평가·심사가 가능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대학들의 개별 자금 투자보다는 여유자금을 한데 모으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위험성도 줄어들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보수적 성격의 대학 자금과 비슷한 연·기금도 공동 투자풀 활용으로 투명성·전문성·안전성을 담보했다. 대학 자금에 적합한 구조라고 전망한다.
▲박병주 한국증권업협회 이사= 물론 단기적으로는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특히 장기적으로, 위험을 분산시켜서, 내재가치가 있는 가치주 투자를 할 것을 권한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 현 상황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우선은 증권까지 포함해 대학이 자금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 돼야 하지 않겠느냐.
▲박동순 동서대 총장= 제대로 된 분산투자와 하위 운영사 관리가 가능하다면, 연·기금 투자풀 활용은 대학 입장에서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문환 국민대 총장= 투자를 실제 소규모로 했었는데, 결국 문제는 지나치게 경직된 대학문화라고 생각한다. 펀드에 들어 대학 자금을 잃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 수익이 났을 때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고, 손해를 보면 불명예 퇴진도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공정자 남서울대 총장= 그간은 정기적인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안정적 투자에만 치중했다. 기왕에 교육부가 대학 자금의 자율 운영을 보장한다면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오늘 자리를 통해 보다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운영계획을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윤배 청주대 총장= 김문환 국민대 총장 말씀대로 책임 문제는 중요한데, 사실 총·학장이나 재단 누구도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 재단이든 총장이든 대학 자금을 운영하다 손해가 난다면, 분명 문제제기가 들어오고 자칫 학교 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대는 돈 문제가 잘못 불거지면 대학 자체가 어려워진다.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점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같은 논의가 충분히 공론화되고, 많은 대학들의 공동참여가 보장된다면 기획예산처 제안처럼 투자풀 형태의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 자금 운영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인데, 매학기 학생들과의 갈등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등록금 적립을 통한 조달은 난망하다. 하버드·예일대의 재정도 기부금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기부금 유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중수 한림대 총장= 사실 당시 기금평가단장으로 있을 때 연·기금 투자풀을 처음 제안했다. 실무적으로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고, 통합관리형 펀드라 주식보다 위험성도 낮다.
제도 자체는 좋은데, 총장보다 대학 기금 운영 담당자에게 정확히 설명해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러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앞서 여러분이 말씀했듯 마이너스 운영 우려 때문에라도 총·학장이 나서서 투자하겠다고 결정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개별 대학이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기획예산처와 연계해 투자풀에 사학기금 형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 역시 학교보다는 재단측이 책임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재단이 먼저 자금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양승규 세종대 총장= 기획예산처와 연계해 자금 운영을 한다면 정부기관의 감시·관리를 받는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 혹여나 사립대 재정을 정부가 쥐고 흔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기우 재능대학 학장= 연·기금 투자풀은 공기업 자금을 불리기 위해 고안된 틀이다. 국가에서 만든 제도를 사립대가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서강대처럼 자체 자금 운영이 가능한 곳은 기존 방식대로, 그렇지 못한 곳은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면서 군더더기 조항들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총·학장이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자금 운영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다.
▲서문호 아주대 총장= 사실 적립금은 등록금 협의시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감가상각비로 예산의 5% 가량을 적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안에도 대학의 감가상각비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빨리 법제화 시켰으면 한다.
▲이용두 대구대 총장= 총·학장이 책임지고 자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단,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대학 내 문화나 인식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갖춰져야 설득의 여지가 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리스크 대응·분담 관련 연구팀을 만들거나, 기획예산처·교육부 등과 협의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임용철 대전대 총장= 전통적 기금 운영방식만으로는 안 된다.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답답했는데, 논의된 시스템을 잘 다듬으면 대학의 투자 노하우도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 대학문화도 총·학장이 재단 관계자부터 적극적으로 잘 설득한다면 충분히 바뀌지 않겠나.
▲김문환 국민대 총장=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여기 있는 대학들이 약 10억 정도씩이라도 공동 투자풀을 통해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대학들도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서광수 삼육대 총장= 기획예산처와 한국증권업협회는 여유자금이 있는 대학에 투자 노하우를, 교육부는 자금이 부족한 대학에 재정지원방안을, 국회는 대학 관련 제반 정책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다양한 목적이 혼합된 자리란 생각이 든다.
한 재단 내에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27개 학교가 있어 재정이 충분치 않지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은 규모라도 참여할 계획이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 아직 내규가 정비되지 않았고, 여전히 소극적으로 운영됨에도 재정운영위원회에 외부 투자회사 임원진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수익률이 높아졌다. 교육부에서 이를 정비해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홍남석 한국대학신문 사장= 다소 주제에 벗어난 얘기지만, 하버드대·예일대에 재정이 뒤떨어지는 반면 IT 분야는 앞서간다고 말할 수 있다. 본지가 대학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클린캠퍼스’ 사업을 통해 미디어 네트워크 구축에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감사하다. 사립대 재정 운영에 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갔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투자풀 등 새로운 운영방식에 대해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니만큼, 앞으로 더 많은 논의를 거쳐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사회= 이인원 본지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정리= 김기태·김봉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