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스타교수 유치 어떻게 하나
단과대별 우수교수 상시 리스트업, 접촉 작업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Eric Maskin) 프린스턴대 교수가 최근 연세대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매스킨 교수는 오는 2009년 2학기부터 연세대 경제학부에서 1년간 강의를 하기로 지난 9월 임용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스킨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해 국내에서는 드물게 노벨상 수상자를 전임교수로 영입하는 사례로 화제가 됐다.
연세대가 올해 들어 본격운영하고 있는 ‘스타교수 유치위원회’가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획해 올해 1학기에 공식출범한 스타교수 유치위원회는 기존 인사위원회와 별도로 운영되는 우수교수 영입 지원체제. 각 단과대학과 학과별로 영입을 희망하는 스타교수를 추천하면 이에 필요한 제반 경비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단과대학별로 영입 대상자를 ‘리스트 업’ 해서 유치위원회에 제출하면 접촉비용이 지원된다. 각각의 경우마다 다르지만 수백만원씩을 활동비 용도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추가 경비를 댄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아 대상자를 밝히긴 곤란하지만, 몇몇 단과대학은 우수 해외 교원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경제학부에서 이번에 영입한 매스킨 교수를 비롯한 드루 후덴버그(Drew Fundenberg) 하버드대 교수, 피터 슈미트(Peter Schmidt)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이 같은 대학 차원 스타교수 유치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단과대학의 적극적 접촉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 사례다.
2008년 1학기부터 한학기 강의를 맡을 후덴버그 교수 역시 차기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실적을 올린 슈미트 교수는 2008년 2학기부터 1년간 강의할 예정이다.
경제학부의 해외석학급 우수교수의 연이은 영입에는 SK네트웍스(주)가 경제학부에 5년간 총 15억원의 기금을 지원키로 한 게 컸다. 성백남 상경대학장은 “이 기금을 활용해 주로 노벨상에 근접한 석학들을 접촉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을 ‘SK-연세 석좌교수’로 임명, 그에 걸맞은 대우를 보장해 유치에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스킨, 후덴버그, 슈미트 교수의 경우 2~3억원 가량의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학도 연구환경과 지명도, 최고대우를 보장하는 재원이 뒷받침되면 노벨상 수상자 수준의 해외석학 유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거품’ 논란도 있지만, 경원대가 최근 세계 과학저널 논문 게재에 최대 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발표하는 등 연구력 제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추세라 무조건 낭비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스타교수 유치는 해외 석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대 장용성 교수와 KAIST 성태윤 교수 등 국내 소장파 학자를 비롯해 미국 메릴랜드대 박기영 교수, 카네기멜론대 노정녀 교수 등이 이번 학기에 연세대 경제학부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에는 영국 런던대 이지홍 교수의 스카우트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모든 전공에 해외 교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외 스타교수 유치가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홍종화 교무처장은 “교원 T.O 배정에서 외국인 교원 영입 학과에 우선권을 주고, 다음 학기 T.O를 앞당겨 배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타 단과대학도 상경대학의 성공에 자극받아 물밑 접촉이 활발해졌다. 경영대학은 최상위 수준의 세계적 MBA를 보유한 컬럼비아대와 지난 3월 제휴협약을 맺어 2008년 1학기부터는 컬럼비아대 교수들이 한국을 찾아 강의한다.
이상조 공과대학장은 “지도교수였던 분을 모시는 식의 해외 교원 초빙은 곤란하다”면서 “학문적으로 탁월하거나 색다른 연구실적을 인정받은 분들을 개별 접촉하고 있다. 교육·연구환경 등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대학 본부와 협의해 모실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교수라고 해서 임용과정에 특혜를 주지는 않겠다는 것. 3번의 인사위원회를 모두 거쳐 객관적으로 검증·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스타교수 영입시 기존 교수들과의 형평성 논란이나 마찰이 일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교수 유치위원회 박명식 씨는 “교비로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 하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외부 기금 펀드 활용도 가능하지만, 우수교수 중에서도 ‘급’에 따라 다양하게 비용을 책정해 교비를 지원한다”면서 “노벨상 수상자가 강의한다는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영입하는 데 드는 돈을 따질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