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소비 현장을 가다 - 2]
지난 21일 밤 8시 30분쯤. 비가 추적거려 날씨가 찌푸둥한 가운데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 동 전남대 후문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말을 걸지 않았는데 20대 중반의 택시 운전기사가이야기를 건넸다.
"손님, 친구하고 술 마시러 가지라. 역시 술맛은 영계들이 있어야 맛이 난당께요. 우리들 도 전남대 후문 때문에 짭짤한 수입을 올리지라. 새벽 2~3시가 돼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당께요"
전남대가 속해 있는 용봉동에 일반음식점(식당, 호프)은 모두 4백40개. 이중 60% 정도인 2백80여개가 전남대 후문에 위치하고 있다. 이밖에 당구장, 노래방, 비디오방 등을 모두 합 치면 5백여개가 넘는 업소들이 있는 셈이다. 이곳 역시 광주 비엔날레 행사로 새벽 2시까지영업이 허가된 지역이다.
최근 생겼다는 B성인 게임방. 20여대의 게임기를 갖춰 놓고 있는 이 업소는 길게 나 있는 창문을 검은 커튼으로 완전히 가려놓아 밖에서는 전혀 빛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게임장 안 에서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컴퓨터 포커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1만원의 게임비를 내면 게임 을 즐길 수 있다는 안내원은 "지금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는 편"이라며 "손님의 대부분 이 대학생"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방법을 가르쳐 주며 일정 점수를 따게 되면 10만~20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학생들이 도박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날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학생들에게 후문지역의 불법퇴폐영업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사범대에 다니는 양모양과 윤모양의 말.
"며칠전 저녁 7시쯤 대화를 나누기 위해 M카페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손님이 거의 없었고 실내가 너무 어두웠어요. 게다가 노래방 시설이 룸마다 설치돼 있었고 20~30대 로 보이는 서너 명의 여자들이 야한 옷차림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만 놀 라서 나오고 말았어요. 보통 다니던 카페와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거든요"
두 학생은 불법퇴폐영업을 하는 곳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모 노래방은 접대부를 고용해 손님들에게 알선, 경찰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후문지역 T노래방에서는 한 사람당 5만원씩 봉사료를 받고 접대부를 소개시켜주고 있었 으며 시간예약을 하면 여대생도 소개시켜주겠다고 업주는 말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호프집과 미용실에서도 성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물을 이용해 손 님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최근까지 한 카페에서는 여자 손님들에게는 메뉴판에 콘돔을 끼워 선물공세에 나서기도 했으며 모 호프집 화장실에는 남녀 성행위 장면을 담은 대형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 때문에 98년도 총여학생회장 당선자 김수진양(컴퓨터공3)은 "전남대 주변 유흥가의 불 법사례는 학생 누구나 다 아는 사실로 어디서부터 손대야할 지 막막한 게 사실"이라며 "후 문지역 유흥가 정화와 학생들의 의식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문화부를 신설했다"고 말했 다.
[전북대 주변]
지난달 22일 오후 6시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 서문 앞. 어둠이 깔리자 어디선가 밀려 온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2백여m 가량의 대학로는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대학 교정은 아예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차량통제를 위해 출입문이 닫혀 있었지만 통 제는 불가능했다. 전주 실내체육관과 삼성문화회관 주차장도 포화상태였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전북대 서문지역에 무려 4백여개의 유흥업소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호프집과 카페만도 1백20개가 넘었다. 커피숍 30여개, 식당과 패스트푸드점 80여개, 비디오방, 노래방, 당구장, 오락실 1백여개, 여관이 20여개. 이것이 대학로의 얼굴 모습이 었다. 서점은 고작 2개로 대학로 어느 귀퉁이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지난 95년 정문까지 옮기는 결단을 내렸지만 '전북대 환락가'라는 오명을 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되레 많은 학생들이 하숙과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곳까지 고급스러운 술집이 들어서 있었다. 단란주점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있었다는 막걸리집과 소주집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선술집에서 들려오던 운동권 노래와 구수한 '뽕짝'도 노래방 기 계음으로 변해버렸다.
밤 8시. 20여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 한 호프집. 빈 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이 넘게 들었다는 이 업소도 화려함 그 자체였다. 심지어 P호프집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2억원을 들였다니 그 화려함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상 상이 갔다.
한 아르바이트생의 말.
"인테리어 비용으로 수억원을 쓰는 이유는 간단해요. 전북대 주변에서 하루 팔리는 생맥 주 양이 적어도 7백만cc 이상이 되는 것과 비례하거든요. 이 지역에서 대학생 등 취객들이하룻동안 술값으로 지불하는 돈은 7억~8억원 정도 된다고 해요"
호프집 못지 않게 학생들이 돈을 많이 쓰는 곳으로 신종 디스코텍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밤 9시쯤 P디스코텍. 10대 중반부터 후반 가량 보이는 학생들과 대학생들로 혼란스러울 지 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불법천지였다. 청소년들에게는 팔아서는 안될 술과 담배를 버젓이 팔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사범대 김모양은 자리에 앉아 있기 민망할 정도로 괴성을 지르는 등 광란의 도가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드라마(?)'는 자정이 넘어서면서 시작됐다. 술 취한 남녀들이 뒷골목에서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곳곳에서 몇쌍의 남녀들이 뒤엉켜 있는 게 목격됐다. 그들은 결국 모두 그곳(?)으로 직행했다.
취재팀은 어렵게 Y여관을 잡았다. 여주인은 토요일엔 방이 없다며 숙박료로 규정 요금보 다 훨씬 많은 3만5천원을 요구했다. 방에 들어서 텔레비전을 켜자마자 낯뜨거운 포르노 화 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학생들은 학교 주변 20여개 여관 대부분이 포르노를 틀어준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관이 '프로덕션'으로 통했다.
학교 부근 원룸에서 생활하는 조모양(사범대3)은 "밤 12시만 지나면 여관을 들어서는 남 녀 대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남녀 단둘이 여관에 들어가는 걸 보면 애정인지 성 문란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이 끝난 새벽 2시 반. 아직도 학생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먹자골목에 위치한 K노래방 주인은 호객행위를 하느라고 열중이었다. 시간외 불법영업을 한다는 H비디오방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철문을 두드리자 40대 초반의 여자주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24 시간, 연중 무휴라고 여주인은 자랑스럽게 말하기까지 했다. 10여개의 조그만 방 대부분에서 는 남녀가 애로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