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국제화’ 외치던 교육부, ‘규제 개선’은 없고 손댄 건 ‘정원 외 전형’ 뿐?
교육부,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 구조조정 방안 발표 “일부 정원 외 전형은 정원 내로 편입시킬 방침” 대학들, 평가 지표를 관리 위해 정원 외 선발인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혁신 지원 전략)은 오히려 고등교육 국제화를 막는 모양새다. 고등교육 국제화의 두 축인 해외캠퍼스 설립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은 없고 정원 외 전형을 정원 내 전형으로 전환‧개선하도록 하는 계획만 세워진 상태다.
■캠퍼스 해외진출 가능하다지만 제한은 풀리지 않아 = 해외캠퍼스 설립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한 대학의 숨통을 트이게 할 방안으로 꾸준히 언급돼왔다. 하지만 해외캠퍼스 설립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외캠퍼스 설립 관련법은 이미 마련돼 있다. 2017년 만들어진 고등교육법 제21조 제2항에 따르면 국내 대학은 교육과정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어 2018년부터 시행된 제13조 제2항으로 국내 대학은 외국 대학과 함께 국내 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과정 이수 학생에게 국내 대학 학위를 수여 할 수 있는 길도 트였다.
그럼에도 해외 캠퍼스는 인하대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시에 세운 ‘타슈켄트 인하대(Inha University in Tashkent)’를 제외하고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서울대·이화여대·고려대 등 유수대학들이 저마다 계획을 세워 ‘해외캠퍼스’나 ‘글로벌캠퍼스’로 이름을 붙이고 해외 진출을 추진했으나 없던 일이 됐고 새로운 해외캠퍼스는 설립이 묘연하다.
재정 활용 규제의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해외캠퍼스나 분교의 경우는 국내 본교와는 법적으로 독립된 현지 법인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 때문에 국내 등록금 수익이 해외로 나갈 수 없어 이른바 ‘설립 시드 머니(종잣돈)’가 부족한 상황에 맞닥뜨린 대학들은 해외캠퍼스 설립을 포기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여러 대학이 해외분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에 ‘국내 대학의 교비를 해외분교 설립 및 운영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불허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2011년에 베트남 하노이 현지 학생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학과 경영학 석사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하노이 서울대 캠퍼스(제2캠퍼스) 설립에 도전했다. 베트남 당국과 현지 대학이 협력해 용지 선정 등 본격적인 개교 준비까지 돌입한 상태였지만 재정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설립 계획을 접었다.
또한 여전히 국내 대학이 해외로 이전할 법적 근거도 없고 특정학과를 해외로 이전하더라도 해당 학과를 증설하거나 정원을 증원할 수 없어 국내 대학이 해외캠퍼스를 ‘그림의 떡’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도 2007년 당시 2010년을 목표로 뉴욕‧베이징‧유럽 등에 유사 분교 형태의 ‘글로벌 캠퍼스’를 세우고 외국어 강의 비율을 확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 밖에도 △고려대(미국 LA) △광운대(우즈베키스탄) △숭실대(베트남) △한양대(파키스탄) △홍익대(미국 LA) 등이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보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본지 특별좌담회 참석 당시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해외로 수출해 K-에듀의 글로벌화를 꾀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대 해외캠퍼스를 설립하기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반대‧전문대 할 것 없이 교육부의 규제 완화와 고등교육‧직업교육의 글로벌화를 염원하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국내 거주 해외 유학생 17만명 시대, 정원 내 선발로 뽑겠다는 교육부 =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을 정원 외 전형에서 정원 내 전형으로 전환‧개선하는 식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원 외’로 대학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은 적지는 않은 상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입학정원의 11%까지 정원 외로 선발 가능했다. 여기에는 농어촌학생·특성화고졸업자·저소득층 학생들이 대상이 된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탈북학생도 정원 외 선발 인원에 속한다. 이들은 인원 제한 없이 무제한 선발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원 외 선발이 정원 내로 바뀔 경우 일반 상위권 대학 입학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학은 유학생보다 국내 학생을 우선으로 정원 내 선발 인원을 꾸리게 될 것이다. 자연히 한국 대학으로 유학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거주 해외 유학생은 1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전 8만 3000명이었던 유학생 비율에 비하면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K-pop을 필두로 한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넓혀 가면서 해외 유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도 경에는 베트남 유학생이 급증했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정원 외 전형을 정원 내로 돌린다고 해서 유학생들이 지방대학으로 퍼지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이렇게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급이 적어지는 악수를 두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이번 혁신 지원 전략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지원을 위한 대학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 권역 내 대학 간 연계‧협력을 통해 유학생 특화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우수 유학생 공동 유치 및 적응·취업 지원하겠다는 골자였다. 하지만 인원 제한 없이 선발할 수 있었던 외국인 유학생을 이러한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대학들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