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혁신 Webinar] 이주호 이사장 “지식 팽창의 시대, 결국 무엇을‧어떻게 가르치느냐가 관건”
8일 우송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에서 열린 ‘제4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 이 이사장 “HTHT(High Touch, High Tech) 적극 활용해 파괴적 혁신 도모해야”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한국은 ‘사람’으로 성장한 나라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인적자원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8일 오후 2시부터 우송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4층 강당에서 열린 ‘제4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한국은 교육 투자로 성공한 나라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친 위기의 시대에 교육의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위원회와 본지가 주최·주관하고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웨비나는 뉴노멀 시대에 AI를 활용한 대학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의 장으로 기획됐다.
이 이사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원하든 원치 않든 교육과 기술이 융합된 에듀테크(EdTech)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에 AI 활용을 원하는 교육 수요층은 부쩍 많아졌다.
이 이사장은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을 제시하며 최근 문제가 된 교육 격차에 대해서 언급했다. 먼저 HTHT는 교사가 데이터러닝을 통해 개별 맞춤화된 학습지도, 능동적 학습경험, 멘토링, 사회정서학습을 실행하는 HT(High Touch)와 AI 기반 기술이 학생을 분석해 개별 학생의 수준과 니즈에 맞춰 교육을 제공하는 HT(High Tech)의 결합을 의미하는 말이다. 전면 비대면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생긴 부분을 HTHT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이 이사장의 주장이다.
■“현 교육은 사라질 직업을 위한 교육”… 인간적 역량 교육해야 = 이 이사장은 현시대를 지식과 데이터 팽창의 시대로 명명하고 대학이 ‘파괴적 혁신’을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미래를 위한 교육을 하지 못하는 곳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 이사장은 “1900년대에는 지식이 두 배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12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이런 시대를 감당할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까’를 교육 변화의 2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지식이 방대해지더라도 AI가 데이터를 축적하는 역할을 대신한다면 인간은 기본적인 지식 암기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이사장은 “교육현장은 이에 따라 과감하게 암기 교육을 줄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기본 개념을 이해시켜준 다음에는 학생 개별 특성을 살린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주요 역량 중에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가 있다. 이는 문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리터러시’가 핵심이라고 봤다. 계산과 암기는 AI에게 맡기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 신장이 필수라는 말이다.
이 이사장은 “이공계 사람들만 기술을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모두가 AI에 대한 기본 원리를 알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AI기술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콘텍스트‧조직에 대한 이해와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알아야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AI시대에 AI보다 더 우위를 점하려면 지식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이른바 ‘휴먼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 개별 역량 강화하는 HTHT = 이 이사장은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맞춤교육’을 받게 되면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물론 맞춤교육은 HTHT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교사가 맡은 학생 수가 개별 학습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만큼 적으면 된다. 하지만 이는 고비용이 가중되는 방법이다. HTHT는 AI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AI가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먼저 알아내고 이를 보완해 주는 수준별 학습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교사가 필요 없는 것일까? 이 이사장은 단연코 “교사는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AI 개인 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분석을 해줄 수는 있지만 학생 간의 수평적 프로젝트를 통한 창의성 계발을 해주는 주체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이 이사장은 HTHT를 통해 “교사는 학생별 멘토링을 통한 인성교육과 협력‧공동체성을 배울 수 있는 정서적 역량교육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이를 이루기 위해 베트남에서는 ‘HTHT베트남 프로젝트’를 통해 수학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5개 대학이 HTHT 컨소시엄에 참여해 원격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HTHT에서 중요도를 따지자면 ‘High Touch’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 교사와 교수 그룹에는 최고 인재들이 포진돼 있고 HTHT를 받아들여서 현장에 적용하는데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표류하지 않고 지향점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AI교육을 선도하는 K-Edu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개방을 통한 AI 교육의 촉발 △위기를 변화로 바꾸는 다양한 시도 △ 근본적 변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태도 등을 키워드 전략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