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 경주시 무관심 속 압도적 찬성론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추진위 구성' 이전 논의 다각화 재학생 98% 압도적 찬성률 교통 낙후 등 지자체 무관심 한몫해

2021-06-11     장혜승 기자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경. (사진=동국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이전을 고려하는 가운데 재학생들의 찬성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의 무관심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학교법인 동국대학교는 감사를 통해 캠퍼스 이전계획을 포함한 발전안 마련을 주문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감사 지적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이전추진위원회’를 지난 4월 구성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이전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한계 극복이다. 실제로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조사에 따르면 경북 23개 시·군 중 경주를 포함한 19개 시군 82.6%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나왔다. 경주시는 하루 평균 3명의 아이가 태어나지만 사망자는 두 배에 해당하는 6명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경북도 내에서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서 캠퍼스를 운영하는 데 예상되는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 관계자도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자체 무관심 속 재학생 이전 찬성률 98% = 학령인구 감소 못지않게 지자체인 경주시의 무관심이 재학생들의 찬성 여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월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학생회가 재학생 7000여 명 가운데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7.8%인 1023명이 학교 이전에 찬성했다. 학생들은 △교통 불편 △월세 부담 △경쟁력 강화 필요 등을 이유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후빈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학생회장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석장동의 교통 불편 등에 대한 경주시의 지원이 미흡한 점이 크다. 더욱이 학교 입학률도 저조한 상황에서 ‘경주에 있다 보면 폐교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석장동을 오가는 버스는 원래 1대였다가 새 정류장이 생기면서 1대가 더 추가됐다. 배차간격은 최대 1시간이나 된다고 한다. 

서울에 맞먹는 비싼 월세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월 주낙영 경주시장의 SNS에 재학생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 서울 근교에 있는 학교 원룸보다 학생들이 주거하는 석장동의 월세가 비싸거나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석장동의 방값은 월 평균 50만 원 선이다. 이는 광역시인 대구와 부산의 30만 원대보다 비싼 금액이다. 월세 1년치를 선불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장동 일대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원룸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한 대책도 지지부진하다. 부동산 중개업자를 사칭한 사람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난달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석장동이 타 지역보다 월세가 비싸다 보니 주거비를 아끼려고 전세방을 얻었다가 부동산 중개업자를 사칭한 A씨에게 사기를 당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해마다 석장동에서 동국대 학생들을 노린 원룸 전세 사기가 끊이지 않는데도 경주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경주시 대학협력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더 많이 알려주는 차원에서 학교 측에 방 계약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면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지원 확실하면 대학도 떠나지 않을 것 = 지자체의 지원 방안이 뚜렷하다면 대학도 이전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도 지난 2월 “경주에서 40년 살아왔으니까 이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면 굳이 이전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고 말한 바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과 관련해 학교 측 관계자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지방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발전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이전 가능성과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이전추진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전추진위가 여러 사항을 다각도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지역 대학은 운명 공동체 =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지역 대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소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균형발전상생센터장은 “지역 대학이 망하면 지역 경제도 망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센터장은 “물론 지자체가 모든 지역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손을 맞잡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사례들이 많은 만큼 최소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서는 지자체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당 지역 신입생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4월 개최한 ‘지역소멸 위기와 대안:지방대학의 미래포럼’ 참석자들도 지자체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지방대에 국가와 일반 지자체의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 등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했으나 지방대 전반적 구조적 위기에 대한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지는 못했다”면서 “고등교육 학령인구의 추계와 대학의 특성화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