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혁신으로 경쟁력을 제고하자] ⑧·(끝)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2021-06-11     한국대학신문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립대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결여, 지원 감소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급감과 미충원 충격까지 더해지며, 국내 사립대는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립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의 개혁과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따라서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기반한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③ 사립대학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④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1)
⑤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2)
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⑦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1)
⑧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정부 재정지원사업 개선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공개한 ‘교육부 주요 사업비 설명자료’를 보면 대학(전문대 포함) 재정지원사업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사업) △글로벌 현장학습 프로그램 운영 △국립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 입시 및 학사 지원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 △전문기술인재 장학금 △대입전형 운영 지원 △교원 양성기관 글로벌화 지원 △4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 △CAMPUS Asia 사업 지원 △대학 원격교육지원센터 지원 등이 있다. 사업 예산은 총 2조 3286억 원으로 2019회계연도 등록금 수입 12조 5717억 원의 18.5%이다.

이들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 자격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교육부가 선정한 정부 재정지원 가능 대학이어야 함) 사업신청서를 작성해 평가를 받아 선정돼야 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주로 법령 위반대학, 특정 요건 미비 대학, 부실대학 등이며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은 물론 국가장학금 지원이나 학자금대출 신청에 제한을 받는다.

대학 운영 평가에 대한 책임이 학생교육비 지원 제한, 국가장학금 지원 제한, 학자금대출 신청 제한 등으로 학생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대학 운영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학생정원 감축 등으로 대학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재정지원제한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위한 평가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법령 위반대학, 특정 요건 미비 대학, 부실대학 등은 제반 사업평가를 하지 않아도 선정할 수 있고 이들 대학에 대한 처벌 수위에 따른 학생정원 감축을 하면 구조조정의 기본적인 목적도 달성되는 것이다.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계획서 작성, 각종 심사에 대응, 성과평가에 대응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려 교육이 소홀해질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이 대학가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비는 재학생 수에 따라 모든 대학에 배분해 지원하고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사업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추진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재정투자 효과는 물론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길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국제 수준의 대학 교육 재원확보 필요

본 기획기사 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대학 등록금은 비싼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 수준보다 한참 낮은 수준(일반대 68%, 전문대 46.6%)으로서 값싼 교육을 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값싼 교육으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 교육 경쟁력도 국가경쟁력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2020 IMD(국제경영개발원) 기준, 국가경쟁력 23위, 대학교육경쟁력 48위, 2017 WEF(세계경제포럼) 기준, 국가경쟁력 26위, 대학교육경쟁력 81위).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대학 교육의 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비의 정부 부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대폭 증액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 확충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의 책무는 국가에 있고 이를 위한 교육비 투자 책무도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관철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들이 재정적 위기에 당면하게 됨으로써 대학 경쟁력 추락, 국가경쟁력 추락을 우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반대했던 입장을 보면 ‘교부금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재원의 효율적 운용을 저해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저해할 것이다’ ‘사립대학에 대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이 평준화 될 것이다’ 등이다.

‘사립대는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모두가 ‘민간(학교법인)이 설립해 사익을 추구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반대 입장이라고 판단된다. 대학의 85.4%가 사립대며, 전체 대학생의 78.7%가 사립대 학생이라는 점에서 사립대학은 명백히 국가의 대학 교육 책무를 위탁받은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의 반대 입장은 명분이 거의 없다. 설사 어느 정도 명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립대가 당면한 재정 위기를 방치하는 것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쪽의 국가적 이득이 훨씬 크다.

■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모집 결과 일반대 및 전문대 모두 비수도권은 물론 수도권 대학에서도 대량 미충원 사태가 발생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교육부가 지난 2019년 내놓은 ‘학령인구 감소 전망’을 보면 2024년에는 12만 4000명, 2030년에는 9만 7000명이 미달될 것이라고 전망해 위기감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구조개혁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학생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다. 이와 같은 학생정원감축 정책은 현재의 교육여건(교수 1인당 학생 수)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양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 온 것이다.

양적인 구조개혁으로 대학 교육의 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교육의 질적인 수준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교육여건 지표가 ‘교수 1인당 학생 수’다.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소수 정예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는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및 EU23 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OECD 평균 및 EU23 평균은 유사하나 우리나라는 교수 1인당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일반대의 경우 24명으로서 OECD 평균 15명의 1.6배이고 전문대의 경우 33명으로서 OECD 평균 16명의 2.1배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가 적은 만큼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교육여건으로 교육의 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록금은 비싸면서 교육 수준은 하위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의 질적인 경쟁력을 고려해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한다면 현재 학생 수 기준으로 학생충원율이 일반대는 62.5%, 전문대는 48.5%가 돼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충원율 미달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충원율이 하락해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정부의 재정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 수준이 될 때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며 국가경쟁력 제고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양적인 구조개혁이 아니라 질적인 구조개혁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이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기술,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지능 정보화 사회로, 혁신적이고 급속한 환경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가 해야 할 일과 변화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학교는 AI를 통한 창조, 생산, 거래 능력을 보유한 창의적인 인력양성을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중심축이 성인교육 또는 평생교육으로 옮겨지고 자기주도 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시한 미래 유망 직업은 사물인터넷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가상현실·증강현실 전문가, 생명과학연구원, 정보보호 전문가, 로봇공학자, 자율주행차 전문가, 스마트팜 전문가, 환경공학자,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가, 3D 프린팅 전문가, 드론 전문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등이다.

변화의 속도나 양이 엄청난 상황에서 학교는 가장 많은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조직 중의 하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립대는 재정 위기에 봉착해 있어 변화에 필요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교육 재원을 확보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인력양성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되는 것이 아님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