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정책 토론회서 현 정부 비판 쏟아져… 차기 정부엔 개입과 책임 강화 주문
7일 ‘대학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 열려 현 정부 고등교육 정책 ‘실패’ 진단… “시장주의적 정책으로 불평등 심화” 대학 무상교육 등 대학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 주장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 자리에 모인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이 대학 간 불평등을 심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기 정부에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아닌 공적 개입을 강화하고 대학에 대한 국가 책임을 늘리는 고등교육정책을 주문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한국대학학회는 7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대학 정책의 패러다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서울대 교수),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편집위원(덕성여대 명예교수),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상지대 명예교수), 김재형 호남희망포럼 상임대표(조선대 교수), 장수명 교원대 교수,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 등의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고등교육 정책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윤지관 교수는 정부의 시장주의적 고등교육 정책이 대학 간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대학 정책에서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을 채택했다. 구조조정 국면에서 대학 간 경쟁 중심의 시장주의로 정책이 편중돼 대학의 불평등 구조가 더 악화됐다. 대학 서열화, 지역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김재형 상임대표도 “현재 정부의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장수명 교수는 정책 결정자의 출신 대학과 이른바 상위권 대학 위주의 지원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즉 정부의 엘리트주의가 대학 간 지원 불균형 문제의 원인이라 지목한 것이다. 장 교수는 “정책 입안자와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출신 학교인 서울대와 과학중점대학이라는 소규모 대학에는 왜 그토록 불균등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 진보나 보수 상관없이 소수 엘리트 중심 사고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강득구 의원은 “대학이 위기라는 화두가 부상한 이후 많은 논의가 일어나고 있지만 단지 대학의 존폐에 관한 사안뿐만 아니라 입시 교육 문제, 지역 불균형 문제 등 대학과 연결된 우리 사회의 굵직한 여러 문제들을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쇄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창의적 논의는 아직 더 추가돼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신자유주의적인 고등교육 정책 패러다임을 국가의 책임과 개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대학의 공공성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가칭 ‘기본교육’으로서의 대학 교육이다. 이제 대학교육도 초‧중‧고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면서 “기본교육의 실현은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을 폐기하고 초‧중‧고와 대학 교육까지 전 정규교육 과정에 걸쳐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OECD 회원국 학생 80% 이상이 국공립대학에 다니고 있다. 또한 20%의 학생이 다니는 사립대학 대부분은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이라며 “대학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대학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정원 위원장은 “원하는 모든 국민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대학 서열이 사라지고 누구나 대학 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학력과 학벌을 바탕으로 하는 계급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등교육은 옛날처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단계의 교육이 아니다. 급속한 기술진보가 일어나는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기본권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고등교육의 국가책임제 시행’을 주문했다. 그는 “대학교육까지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등록금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기술직업교육 역시 교육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기 정부를 향해 “대학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새로운 선진적 대학 체제를 형성해야 한다”며 “시장주의 편향에서 공적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대학 특성화를 통해 일률적 서열과 순위를 해체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학에 대한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사립대에 대한 공영화도 언급됐다. 허종렬 교수는 “현 정부 하에서 사립대학을 위한 대학정책 패러다임은 사학 공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공(空)약’이 되고 말았다”며 “오늘 토론의 핵심적 논의 중 하나는 현 정부는 못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것을 해내자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가 공익성을 확보하도록 국공립화, 공영화, 정부의존형 사학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경쟁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주장이 이어지자 대학 간 경쟁체제 자체는 필요하다는 반박도 있었다. 백정하 소장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평가를 통한 선의의 경쟁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정책의 변화와 대학 스스로의 자성이 동반돼야 대학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민정 의원은 “대학 문제에 대한 토론회는 대부분 재정 문제를 위주로 논의가 진행된다. 그러나 대학 문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는 대학에 몸 담고 계시는 분들이 가장 잘 아실 것”이라며 “정책에 대한 요구는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도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이 양자가 될 때 대학이 살아나는 방법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