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권 전문대학 3주기 평가 ‘대거 탈락’… 최문순 지사 “교육부에 항의할 것”
강원·충천권역 15개 선정 대학 중 충청 13곳, 강원 2곳 25일 강원권 전문대 5개교 총장, 최문순 도지사 만나 대책 논의 강원지역전문대총장단 “지역균형발전에도 어긋나”… 최 지사 “교육부에 공식 항의 서한 전달할 것”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원회, 강원 교육 소멸 우려 표명 탈락한 27개교 전문대학 총장 전원 9월 1일 세종서 홍남기 기재부 장관 만나 건의문 전달 예정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강원권 전문대학들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대거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강원·충청권역에서 15개교를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선정된 15개교 가운데 강원권 전문대학은 2개교에 그쳤다. 비율로 보면 충청은 86.7%, 강원은 13.3%다. 강원권 전문대학 총장들은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지역균형발전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간 선정율을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구체적으로 △서울(88.9%) △인천(100%) △경기(75.9%) △대전(100%) △세종(100%) △충남(83.3%) △충북(80.0%) △강원(28.6%) △대구(71.4%) △경북(76.9%) △광주(66.7%) △전남(71.4%) △전북(71.4%) △제주(100%) △부산(87.5%) △울산(100%) △경남(90.0%) 등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강원권 대학의 선정율은 그야말로 ‘밑바닥’이다. 강원권 전문대학 총장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강원권은 강원도립대와 한림성심대 2개교만 선정됐다. 강릉영동대·세경대·송곡대·송호대·한국골프대 등 총 5개교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소위 ‘살생부’라고 불린다. 막대한 정부 재정지원과 함께 대학 평판과 신입생 모집 등 그야말로 ‘목숨’이 달려 있어서다. 특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 대학 운영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강원권 전문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지만 동일권역 내 균형은 완전 무시됐다”며 “기초지자체에 한 대학만 있는 취약지역 대학들이 전부 탈락했다. 지역 대학의 탈락은 지역 생존과 직결돼 있어 파장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안그래도 지역간 편차가 커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에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지역 해체는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탈락의 수모를 겪은 5개교 총장들이 지난 25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공동 건의문’을 전달했다. 총장들은 건의문에서 “이번 3주기 가결과에서 5개교가 탈락하면서 형평성이 무너졌다. 지난 2018년 2주기 평가에서 8개교 중 6개교가 탈락한 것과 더불어 2회 연속 교육부의 편파선정으로 강원지역의 ‘가난교육’이 대물림되고 있다”며 “지역 맞춤형 우수 인재를 양성하려면 재정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강원도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일자리도 부족해져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강원권 전문대학생들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제공받고 있는 공정과 평등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탈락한 대학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20대의 미래 설계에 대한 희망의 꽃이 피기도 전에 포기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가 평가와 재정지원관리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을 지자체와 기능을 나눠 교육부는 평가, 지자체는 재정지원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 상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5개교 총장들은 최 지사를 만나 ‘협조’를 촉구했다.
정창덕 송호대 총장은 “강원권 선정비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에도 엇물린다”고 말했다. 왕덕양 송곡대 총장은 “도내 교육 식구들이 소외를 느끼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 시설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대를 위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상철 강릉영동대 총장은 “약자를 보호하려면 오히려 전문대학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사가 힘을 발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 이윤보 한국골프대 총장은 “처음으로 평가에 참여했는데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다”며 “평가 방식을 수도권 종합대학에 맞출 것이 아니라 장래성이 있는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논했다. 끝으로 심윤숙 세경대 총장은 “코로나19 시국에도 강원권 대학은 대면강의를 정상적으로 실시하는 등 교육의 메카로서 힘을 발휘했다”며 “교육에만 힘쓸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지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 지사는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지사는 “어려운 대학에 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교육부)장관 면담을 비롯한 항의 행동을 총장단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내년 예산에 전문대학 등록금 지원이나 비대면 시설 구축 등을 검토해 협력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원권 전문대학의 ‘대거 탈락’을 두고 정당에서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같은 날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원회(이하 학생위원회)에서는 교육부를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학생위원회는 ‘전문대 선정 비율 28.6%, 전국 최하위. 교육부는 강원도 대학교육을 소멸시키려 하는가!’라는 논평에서 “선정 탈락을 결정한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도내 전문대학들의 대거 탈락은 지역경제와 사회의 소멸을 가속화시킨다. 전문대학들은 일반대학과 다르게 영월, 횡성, 태백 등과 같이 주요 도시들이 아닌 지역에 위치하면서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쳐왔다”면서 “하지만 선정 탈락은 신입생들의 도내 전문대학 기피 현상은 물론 학업중단을 촉진시키는 등 학업인구 이탈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파장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강원권 대학을 대상으로만 ‘단독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강원도는 다른 지역과 엮여서 평가됐다. 그 결과 다른 지역의 선정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기본적으로 충청도와 강원도는 지리적 요인과 산업기반 등 특성들이 다르다. 똑같은 잣대로 평가한 것은 지역 불균형을 조장하는 처사”라며 교육부에 강원도에 대한 단독 권역 평가를 촉구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는 지난 18일 교육부 발표에 대해 우려 섞인 ‘입장문’을 내놨다. 전문대교협 회장단은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 대한 전문대교협 입장’을 내고 전문대학의 자구노력이 심각히 훼손됐다며 교육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서열화된 평가 결과로 국비 지원을 제한할 경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소규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대학의 경우 해당 지역의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역별로 보면 탈락한 대학의 비율이 최소 10%에서 최대 32%로 지역 간 편차가 크게 발생했다. 일부 권역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이 탈락했다”며 “해당 지역은 학생 모집도 매우 어려운 지역이다. 만일 진단평가 결과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대학의 존립은 물론 그 주변 지역의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며 지역소멸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3주기 평가로 전문대학을 서열화해 획일적으로 구조조정하지 말고 지역 상생에 기반한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해 줄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전문대교협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정부가 침묵만 유지하고 있자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던 총장들이 정부를 상대로 직접 결판에 나서기로 했다. 3주기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27개교 총장 전원이 현장으로 간다. 총장 전원은 다음 달 1일 세종시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최소한의 교육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할 방침이다. 총장들이 직접 ‘건의문’을 홍 장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총장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교직원·학생 대표도 참석하는 등 100여 명의 전문대학인들이 한 뜻으로 예산 지원 촉구에 나선다.
참고로 이번 3주기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탈락한 전문대학 27개교는 △강동대 △강릉영동대△경북과학대 △계원예술대 △국제대 △기독간호대 △김포대 △대구공업대 △동강대 △동아방송예술대 △동아보건대 △부산예술대 △성운대 △세경대 △송곡대 △송호대 △수성대 △수원과학대 △숭의여대 △신안산대 △장안대 △전남도립대 △전주기전대 △창원문성대 △한국골프대 △혜전대 △호산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