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와 더불어] 벤처, 대학 그리고 경제

2000-07-18     
벤처 열풍이 불더니 벤처 대란을 우려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닷컴(.com) 기업들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여 수십 년 간 쌓아올린 전통적 대기업의 아성을 위협하더니 역시 이들의 몰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용히 연구실에 칩거해 오던 대학교수들이 창업을 하고 대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선망하던 학생들이 벤처기업 행을 택하는 것이 유행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요즈음이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혼란은 20세기말부터 시작된 지식혁명의 폭발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와 기회'라는 주제어가 걸 맞는 새 천년의 속성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필자가 그 동안 경험해 온 벤처현상을 중심으로 내린 몇 가지 결론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벤처기업 또는 벤처경영은 일과성의 유행이 아니라 지식산업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즉 지식과 아이디어를 재빨리 사업화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개발된 가장 효율적인 사업조직 또는 사업방식이 벤처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유행이 아니라 이미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그 +표준적 틀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벤처는 주로 지식의 핵심 공급처인 대학을 거점으로 양산되며, 역으로 대학은 배출한 벤처들의 성공을 통해 지식생산 능력을 배가시킨다.

벤처산업집적지가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집적단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대학들이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경쟁력 있는 벤처산업집적단지가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이 대학과 연구소 주변에 테크노파크를 조성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 산업혁명의 선두 국가와 후발 국가가 지배국가와 식민지로 나누어진 이상으로 지식혁명의 선두자와 탈락자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물론 지식혁명의 선두 국가는 경쟁력 있는 벤처를 양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의 논리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적용된다. 즉 지역간경제력 차이도 벤처산업집적단지의 보유 여부에 따라 강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전체가 상아탑을 무너뜨리고 벤처창업으로 돈벌이(?)에만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한 국가적으로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무시한 채 벤처창업만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필자는 이것은 양자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시너지 창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질풍노도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순간적인 방향 선택이 대부분의 결과를 결정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도박같은 시대에 더욱 중요한 것이 역사관과 철학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 '왜'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결론을 만들어 나가는 조직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초(basic)와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하나의 벤처성공도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돈벌이'와도 같은 벤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기반기술과 문화철학의 바탕이 튼튼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은 튼튼한 재정능력으로 무장한 대학의 전략적 투자에 의해 키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