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선정 전문대학의 마지막 요청 “상생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만들어 달라”
교육부·기재부 책임 전가 그만해야 미선정 결과로 부실대학 낙인에 몸살 수도권·지역 일반대·전문대 형평성 실종 이분법적 기준 아닌 다양성 존중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박종민 기자] 1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건의문을 전달한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미선정 통보를 받은 전문대학 27개교의 대표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재부에서 건의문을 전달하고 교육부까지 걸어가는 대표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대표들은 가결과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기재부와 교육부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로 공동건의문을 전달한 한 총장은 “교육부에서 기재부에 90%의 대학을 지원하는 예산을 요청했는데 그보다 적게 받았다는 담당자의 설명을 들었다”며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기재부와 교육부가 서로 문제를 떠넘기면서 미선정 대학은 탁구공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 낙인효과에 두 번 죽는 전문대
미선정 결과가 낙인효과를 만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선정과 미선정으로 결과를 나눈 이분법적인 평가 방식이 미선정된 대학에 낙인을 찍었다는 지적이다.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은 “미선정된 많은 대학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면서 “소수점 몇 점 차이로 선정과 미선정이 나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보다 못하다는 오명까지 쓴다면 억울한 처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덕양 송곡대학교 총장은 “줄세우지 않는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부가 대학의 줄을 세우는 꼴이 됐다”면서 “이분법적인 결과는 대학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미 낙인효과가 입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윤지현 성운대학교 총장은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대학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선정 결과를 보고 들어오는 입학생의 문의에 ‘아직 가결과’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 지역별 비율, 일반대·전문대 형평성도 의문
대표들은 지역별 할당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표했다. 지역별로 선정된 대학의 수가 천차만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창덕 총장은 “선정된 대학의 전체 평균은 72% 정도인데 어떤 지역은 13%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과 전문대학 사이에 형평성이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은 “광주 지역은 일반대 11개교와 전문대 6개교까지 전체 17개교 중 전문대 2개교만 미선정을 받았다”면서 “비율이 적은 전문대를 미선정하고 비율이 많은 일반대를 모두 선정했다는 것은 잘못된 결과다”고 주장했다.
■ 우수한 평가 결과에도 미선정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다른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거뒀음에도 미선정돼 난색을 표하는 대학도 있었다. 류정윤 강동대학교 총장은 “강동대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1유형 사업, 3유형 사업, 유니테크, LINC+ 등 다양한 사업을 우수한 성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면서 “중간 평가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대학이 갑자기 미선정이라는 결과를 받아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원섭 수원과학대학교 총장 역시 예측하지 못한 결과로 괴롭다는 심경을 보였다. 정 총장은 “부정적인 이슈가 없이 우수하게 운영된 대학에도 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며 “모든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선정 결과가 매우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 다양성 존중하는 평가방식 요청
대표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선정과 미선정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평가방식을 폐기하고 여러 등급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김상덕 강동대 대외협력실장은 “과거에 이뤄졌던 역량강화사업이나 포뮬러 방식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평가에서 나온 점수차와 학생 수를 반영해 차등지급을 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면 지금과 같은 이분법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서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해 지방과 수도권의 형평성을 보장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창덕 총장은 “지역간 격차가 발생한 것은 중앙정부가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평가에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