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재정 위기 어떻게 하나… “대학의 선제적 조치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국전문대학 사무처장협의회, 1~3일 여수서 동계 세미나 개최 유재원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 전문대학 위기 대응 방안 제시해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전문대학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재정난으로 학교가 위기에 처하고 일부 학교는 폐교까지 논의되고 있다. 대학의 핵심 재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는 대학의 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부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위기 대응 모색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전문대학사무처장협의회가 주최한 ‘2021년도 한국전문대학 사무처장 협의회 동계 세미나’에서 유재원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한국영상대 총장)은 현실적 위기 대응을 위한 기조연설에 나섰다.
먼저 유재원 회장은 직접적인 재정에 관여하는 사무처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대학 생존을 위해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대답이 없자 “지금까지 대학이 막연한 기대감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과 개편 △학과 통·폐합 △구조조정 등 현재 진행 중인 자구책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회장은 첫 번째로 현장의 어려움을 교육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흐름상 전문대는 50여 개만 남을 것이다”며 “현재 전문대가 처한 상황은 중풍에 걸린 환자나 다름없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또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전문대와 상위 기관 간 소통이 부족하다며 단발성 항의나 요구가 아닌 지속적인 의견 개진을 교육부를 비롯한 상위 기관에 전달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대학 사무처가 적극적으로 먼저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단순한 목소리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장학금 관련 한국영상대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일을 예시로 들며 전문대에 도움이 되는 실용성 있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배출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정책을 제시하는 만큼 정책이 반영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꾸준한 정책 제시를 통해 전문대 생존에 힘을 보태야한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로 전문대 교육의 질 향상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일반대와 차별성을 둔 전문대만의 특색을 살려 취업 위주의 전문대 학습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문대를 우선시하는 사회인식을 말하며 “일반대와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미래 산업 트렌드를 파악해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교육 체계 도입으로 기존 학습 체계를 바꾸는 것에 부정적인 교수 측을 지적하며 “도입 초반에는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교수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학생 수 감소 △등록금 동결 △지원 재정 투입 부실 △과도한 지방세·부과세 등의 재정적 문제를 지적하며 전문대 재정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전문대 내에 학과별 등록금 차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통·폐합 학과의 등록금을 대폭 줄이고 유망 학과의 등록금을 소폭 인상해 유망 학과에 대한 특성화 심화와 더불어 재정적인 여유를 확보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 회장은 “한국영상대는 이 방법을 통해 약 6억 원의 재정 효과를 봤다”며 “다른 대학들도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학생 온라인 교육 활성화 △간접 비용 절감 △기타 비용에 대한 조례 개정 요구 △지방세법 개정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며 재정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전문대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의 선제적 조치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올해 인원 모집 실패로 인해 앞으로의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는 어렵고 새로운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전문대의 미래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공성과 자율성 중 공공성만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 정책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나름 자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앞서 말했던 모든 내용이 결국 대학의 선제적인 조치 없이는 의미가 없다며 학교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유 회장은 기조연설을 마무리한 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전문대가 서로 협력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