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시각] 2021년 대학교육은 ‘오겡끼데스까’

주현재 삼육보건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2021-12-21     한국대학신문
주현재 삼육보건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주말새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아내에게 일본어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 하고 장난처럼 물었더니 이내 ‘와따시와 겡끼데스(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서로 웃다가 그날 저녁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다시 봤다. 몇 년 전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오타루에 다녀왔을 만큼 이 영화를 사랑한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오겡끼데스까’가 생각이나 영화를 다시 찾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1학년 학생들과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요즘 화제가 되는 드라마와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생들에게 OTT 서비스(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중 무엇을 보고 있냐고 물어봤다. 놀라운 것은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OTT 서비스에 3개 정도 가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질문이 잘못된 것이었다. 어떤 OTT 서비스에 가입했냐가 아니라 몇 개의 OTT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느냐가 더 적절한 질문이었다. 그러면 매월 발생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OTT 서비스 계정이 보통 4개인지라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비용을 정확히 분담하고 있다고 말한다.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학생들의 디지털 시대의 지혜는 비대면 온라인 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학기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배와의 튜터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적응을 돕고 있는데 이때 튜터 역할을 맡은 친구들의 온라인 학습법은 교육학 박사인 나를 놀라게 했다. AI 기반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자기규제적 학습전략을 듣고 있노라면 내가 교수인지 학생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사회 변화가 급격해지면서 대학의 교수가 가진 권위는 계속 도전을 받게 된다. 특히 각 전공 분야에서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간 쌓아 올린 기존의 학문체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교육환경에 있어 수업 3.0시대 곧 학습자중심 수업환경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면서 학생과 선생의 역할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997년에 ‘왜 구성주의인’란 책을 통해 학습자중심 교육이 주류가 되리란 것을 예견한 강인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환경에서 교사는 ‘기존의 전문가로서의 교수자’가 아닌 ‘학생들과 마찬가지의 동료 학습자’, ‘질문하는 사람’, ‘코치 및 동기부여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한다.

교수의 새로운 역할을 생각해 볼 때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진 ‘고정 마인드 셋’을 ‘성장 마인드 셋’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우선이지 않을까. 마인드 셋 이론은 스탠포드 대학의 캐럴 드웩이 주창한 이론이다. 드웩 박사는 고정 마인드 셋은 개인이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신의 기본 능력, 지성, 재능은 고정된 기질(trait)이며 이것들은 증강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성장 마인드 셋은 끊임없는 배움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둔다. 실제로 지능은 낮으나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이 지능은 높고 고정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고 드웩 박사는 설명한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교수와 학생 모두 배움과 성장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장 마인드 셋을 갖고 어느새 디지털로 전환된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종종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오겡끼데스까’ 안부를 물으며 성장 마인드 셋을 확인하자.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