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메타버스로 도약하는 고등교육… “미래교육 열어가는 핵심 역할 기대”
메타버스를 이용한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으로 영역 분화 예상 감염병과 재해, 우주처럼 접근불가한 분야에 대한 교육 수단 유용 국가 주도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구축해 공공재 성격 인프라 확보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코로나19가 열어젖힌 ‘메타버스’라는 미래가 2022년에도 교육 혁신의 열쇳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 대학이 대면수업으로 돌아간다 해도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거나 접근불가한 분야의 교육에서는 메타버스 기반 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메타버스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강의 콘텐츠 개발과 기술적 문제의 해결이 전제조건으로 제시됐다.
■ 메타버스,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기존 교육 효과 높여주는 확장 수단으로 기능 = 올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대학은 메타버스 수업을 버리고 다시 대면수업으로 돌아갈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박종일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은 “대면으로 할 수 있는 일부 수업들은 대면으로 하겠지만 대규모 인원이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강의는 오히려 메타버스를 통해 상호작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비싼 실험실습 장비가 필요한 수업을 하려면 학교 입장에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메타버스 기반 수업에서는 강의 콘텐츠만 확보하면 메타버스 세계에서 실험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결국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으로 영역이 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욱성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는 기존 교육의 효과를 높여주는 확장 수단”이라면서 “감염병과 재해 등의 위험상황이거나 대규모 시설이나 인원이 필요해 고비용이 들며, 우주처럼 접근불가한 분야에 대한 교육 수단으로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될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교육의 효과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규모 인원이 수강하는 메타버스 강의에서 평가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박종일 회장은 조교 인력을 적시에 활용하는 해외 대학의 사례를 들었다. 박 회장은 “스탠포드대나 버클리대와 같은 미국 유명 대학은 대규모 수강생이 듣는 프로그래밍 입문 과목을 교수가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대신 실습과 평가에서 조교를 10~20명 단위로 붙여서 지도하게 한다”며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되는 과목도 곧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동 활용 가능한 강의용 콘텐츠 개발과 기술적 문제 해결 뒷받침돼야 = 메타버스가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가 교육 혁신의 교두보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아직까지 대학에 메타버스가 적용되려면 높은 비용과 콘텐츠 확보,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12월 본지가 주최한 ‘제7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황인섭 경성대 대학혁신지원사업단 사무국장은 “메타버스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단계가 복잡하고 아직까진 콘텐츠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개별 학교가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전국 단위 혁신지원사업을 통해서라도 콘텐츠 공유가 훨씬 빠른 속도로 전달될 수 있다면 메타버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수균 제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 일타강사의 강의에 익숙해져 있다”며 “학생들이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교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용 문제도 현실적 어려움 중 하나다. 실제로 메타버스 업체에 수주를 맡겨 캠퍼스를 구현‧운영한 A대는 1억 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대학들이 동영상 강좌의 서버 증설만으로도 벅차하는 현실에서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도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제페토의 경우 지금은 모바일에서만 접속 가능한데 PC에서도 접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여러 플랫폼에서의 접근 가능성을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에서 여러 하드웨어 플랫폼을 넘나들어도 문제없을 수 있도록 기술적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 국가 차원의 전략과 신종 유형의 범죄 방지책 필요 = 메타버스가 교육 혁신의 중추 역할을 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의 독점이나 혜택에 대한 불공평을 막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주문했다. 메타버스도 결국에는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것이고 지금까지 공적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교육 분야가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군에 의해 독과점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 네이버 등 일부 빅테크 기업들과 기존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사회적 혼란에서 보듯이 교육 분야에서도 승자 독식에 따른 독과점으로 사회적 폐해와 기회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 주도의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차원의 공공재로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헤드디스플레이 같은 필수 기기와 기본적인 개발 소프트웨어 등을 저가 또는 무료로 보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메타버스의 장점인 높은 자유도로 인한 신종 범죄 발생 가능성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지난해 발간한 ‘메타버스(Metaverse)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과 한계’에 따르면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게임보다 높은 자유도가 메타버스 이용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자유도로 인해 관리자가 사용자의 행위를 모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공간과 익명성이라는 메타버스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해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경감돼 현실세계보다 더 악질적이고 교묘한 수법의 신종 범죄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상대 여성 아바타를 더듬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김욱성 교수는 “과도한 인권 침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전동의를 받아 조심스럽게 설계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할 때 규칙을 정하면 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학생의 경우 서로 2m 이상 접근하면 안 된다거나 특정 물체를 사용해서 전달받을 때 속도를 제한하거나 어떤 종류의 물질은 전하지 않게 하면서 위험 요인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