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교협 정기총회]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시급…지금이 혁신의 최적기”
‘고등교육 현안논의’ 발표 “이대로 가면 후퇴할 수 있어” 소극적 구조개혁에서 적극적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 꾀해야 고등교육 재정 확충·낡은 규제 혁신 필수 요건으로 꼽아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고등교육의 위기라 일컫는 지금이 혁신의 적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고등교육 현안논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배 교수는 발표에서 “1972년 초등학교 의무교육, 2002년 중학교 의무교육, 2021년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국민소득이 증가한 추세와 함께 교육 투자가 이뤄져 왔다”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 인적지원의 투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이 고등교육 투자와 혁신의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배 교수는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혁신으로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초·중등학생 교육비 수준 향상 △뉴노멀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한 대학교육 자율성 확대 △국가경쟁력에 부합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인재양성 △지역대학의 균형 발전과 구조조정 지원 등을 제안했다.
국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1290달러로 초등교육 1만 2535달러, 중등교육 1만 4978달러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OECD 평균은 초등교육이 9550달러, 중등교육이 1만 1192달러, 고등교육이 1만 7065달러로 고등교육의 비중이 더 높다.
■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 고등교육세 신설, 맞춤형 대학평가로의 전환 등 제안 = 배 교수는 우선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GDP 1.1% 수준을 지원할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투자 확대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서다.
또 다른 방안은 고등교육세 신설이다. 현재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비합리적으로 재원이 배분돼 있기 때문에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신설해 5조 3000억 원을 확보하고 초·중등교육의 손실분은 내국세를 현행 20.79%에서 21.89%로 확대해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교육 자율성 확대 측면에서는 규제 개혁과 대학평가 개선을 꼽았다. 현행 고등교육법령 체제에서는 미네르바 대학이나 삼성 멀티캠퍼스, 애리조나 주립대 등의 혁신 모델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글로벌 수준의 대학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설립·운영규정의 4대 교육 요건 대폭 개선 △교지·교사·교원 규정 완화 △실효성 없는 수익용 기본재산 제도 혁신 △일정 수준의 법인 책무성 요건과 교육 요건을 갖춘 대학 자립대학 지정 후 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현재의 대학평가 체제가 대학의 자율적 혁신 역량 강화를 저해한다고 보고 맞춤형 대학평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기관평가인증,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등을 통합해 평가를 간소화하고 일정 지표를 만족한 대학은 일정 기간 평가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대학 컨설팅 지원 센터를 설립해 대학의 혁신사례를 축적해 공유하고, 은퇴한 해당분야 교수, 고등교육 전문가, 산업체 인사 등을 컨설턴트로 활용하자고도 말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인재양성을 위한 방안으로는 글로벌 지식을 선도하는 권역별 ‘글로벌 한국 대학’ 육성과 지원을 내놨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 수준임에도 대학이 세계 3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배 교수는 ‘글로벌 한국 대학’을 발굴해 집중 육성하면 글로벌 지식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우수 사립대와 국립대를 중심으로 세계 톱 100위권 연구중심 ‘글로벌 한국 대학’ 10개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위기 상황으로 꼽히는 지역대학의 균형 발전 방안과 대학의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배 교수는 위기지역 대학의 캠퍼스 인프라를 활용한 ‘중소도시형 지역대학 상생혁신파크’를 재창조해 대학-기업-R&D 기관-시민센터가 공존하고 연결되는 대학도시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역사회 황폐화 방지를 위해 대학 구조조정 지원과 한계대학 종합관리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짚었다. 2024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자원이 또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매년 감소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 하계대학에 대한 종합관리방안으로 출구를 마련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자율적 정원감축과 대학의 구조조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위기는 분명한데 대책은 없어…지방대 위기 상황 고려해야 =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아쉬운 점은 오늘 발표한 내용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5~6년 전부터 고등교육의 재정 확충, 규제 완화, 대학 평가와 철폐 등 대교협 회장으로 있을 때도 집중 추진했지만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라면서 “그동안 대선후보, 교육부, 정부에 요청해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장은 맞춤형 대학평가 대신 상시 대학평가를 제안했다. “7월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이후 교육부가 연구를 더 하고 연구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시 대학평가를 해야한다”면서 “상시 평가로 바꾸면 교육이 더 내실화 되고 컨설팅 회사에 컨설팅 받는 등 소모적인 일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도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 총장은 “교원양성 대학의 구조조정이나 여러 교육적 이슈와 관련한 문제도 유사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정책 생산과 실행을 진행하는 생태계 전체가 낡아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중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액션플랜을 완성해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위기는 회자되지만 대책은 불분명한 상황”이라면서 “인구 추세에 따라 대학 정원이 감축되는데 전체 대학정원을 권역별 입학정원 비례적용 하고 그와 연동해 권역별 취업할당제 등을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지방대가 직면한 현실은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논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대학마다 차이가 있는 부분에 정책적 고려를 해 국가균형발전 지수, 격차지수 등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한 박 총장은 “사립대가 80년 동안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왔음에도 평가가 너무 빈약하고 일종의 비리집단처럼 표현된다”며 “건의문 안에 사립대가 국가인재 양성에 기여해 온 것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김기석 성공회대 총장은 “대학의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도외시한다면 대교협 차원에서 책임을 묻는 좀 더 강한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대학에 지켜야 하고 지원할 부분에 대해 무책임하게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총장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장들이 과도한 짐을 지고 있는데 교육부 장관의 불신임 안을 제출한다든지 국회 상임위에 강력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든지 해야 움직일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맞서 싸워서 표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