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교협 정기총회] 대학은 ‘영양실조’ 상태… 경쟁 보다는 상생의 길로 나가야
유 부총리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생태계 바꿀 방안 찾겠다”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한 자리에 모인 대학 총장들이 고등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변화에 맞춘 교육 혁신을 위해 빠른 규제 혁신도 촉구했다.
총장들을 만난 유은혜 부총리는 “위기라고 느껴지는 시기를 근본적인 구조혁신과 새로운 대학 생태계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제안을 주면 논의하고 실행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답했다.
2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 시간에 총장들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 △지역 불균형 해결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 마련 △빠른 규제 개혁 등을 요구했다.
권순태 안동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부의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권순태 총장은 “입학정원이 감소하는 것은 20년 전부터 연구된 것인데 어떻게 학생 수가 미달되는 사태가 왔는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 문제의 해결법이 상당부분 경쟁의 논리에 따라 인원을 감축하려는 것으로 보여 교육부에서 나오는 방향이 지방대부터 소멸시키는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도 “교육부가 줄어드는 인구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책을 가져갈지 알고 싶다”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인데 인구감소에 대한 교육부의 계획이 궁금하다”고 힘을 보탰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지역 불균형 해결을 위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의 확대를 촉구했다. 김동원 총장은 “지금은 모둔 교육 단체와 혁신기관, 지자체와 기업이 한 데 뭉쳐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며 “올해로 RIS 사업이 6개로 확대되지만 남은 3개 권역은 내년 사업까지 남게 돼 새 정부에서 가능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하루빨리 모든 권역에 사업을 확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한 방안의 하나로 RIS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당장의 인구 급감에 대해 대학정원 감축은 강제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의 특성을 살리는 영역과 지속가능한 혁신 방안을 독자적으로 협력하면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RIS 사업으로 구체화 됐다”면서 “규제나 제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 대학을 뒷받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김 총장의 RIS 사업 확대 질문과 관련해서는 “RIS 사업은 예산만 확보된다고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추진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방안을 찾고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현재 대학들의 상황을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로 비유했다. 정진택 총장은 “교육부의 대다수 지원이 사업 위주로 실적이 좋은 대학이 수주하는 사례가 집중되다 보니 지방대 등 혜택을 보지 못한 대학은 수도권 대학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영양실조에 걸린 대학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한 뒤에 목적성 재정지원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이에 더해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었던 ‘고등교육법 전면개정’을 선언하고 대학 기관이 함께 1조부터 전체적으로 바꿔보자”고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역시 “교육부에서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면서 “극도의 경쟁을 유발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진단평가를 계속할 것인지 방안이 없느냐”고 질의했다.
유 부총리는 “경상비를 총장들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없다는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대학이 특화된 영역을 자율 혁신하고 교육부가 더 지원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며 “고등교육법 전면 개정 제안 역시 부분적으로 핀셋 조정해야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실무 TF를 통해서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고 논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자”고 화답했다.
또한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정책연구나 문제점을 살펴보고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근본적인 개편 방안 등을 구체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고등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구조와 생태계를 변화하는데 필요한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안을 주면 실행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교원양성 기관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정부 지원도 연구중심에 압도적으로 쏠려있어 교육에 대한 노력이나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재정지원 역시 비교과에 지원되고 교육과정 개선에 지원되는 경우는 낮은데 그 부분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책에서 고교학점제, 2022 교육과정 등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교사에 대한 재교육 기회 제공 등을 지원한다”면서 “대학 교원 지원, 교원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관해서도 여러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