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 고래 싸움 낀 ‘고등교육 재정’, 해결 방안 나올까
여당발 고등육재정교부금법·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등 발의 고등교육세 신설 등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 논의 시작 교부금 축소 논의에 팔 걷은 기재부 “재정 효율화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 논의에 불이 붙었다.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역대 최고인 64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교부금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과 비로소 교육 개혁을 실현해야 할 때라는 상반대 의견이 맞부딪힌 것이다. 그 와중에 고등교육 재정 확보에 대한 우려와 기대도 커지면서 교부금 전반에 대한 해결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 재정을 두고 교육 당국과 재정 당국의 힘겨루기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고등교육 재정은 그 동안 지방교육재정과 수시로 비교가 됐다. 고등교육 재정은 정부의 예산에서 나온다. 대학은 재정 확충을 위해 각종 심사와 평가를 거쳐 사업 예산을 따낸다. 대부분 연차성 사업으로 일정 사업 기간이 끝나면 또 다시 이전 과정을 통과해 예산을 신청해야 한다. 내국세에 연동돼 자동적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초·중등교육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고등교육계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십 년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가칭)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마련되지 못하고 표류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난항을 겪자 지난해 9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을 대표발의했다. GDP 대비 1% 수준으로 고등교육재정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유아교육특별회계법처럼 시급한 분야에 한시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주는 일종의 우회 법안이었다.
지난 27일에는 같은 당 서동용 의원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대표발의했다. 서 의원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고등교육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있다”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고등교육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 추진단 구성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여론전 나선 교육부 =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추진단)을 구성하고 교부금 여론에 대응하면서 개편 논의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정종철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시도교육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재정·경제학·행정학 등 학계 전문가, 교원·학부모 단체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하고 전문가 토론회로 여론 조성에 나섰다.
교육부는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반박하면서 지방교육재정 제도개선 방안을 밝혔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과 고등·평생·직업교육 간 연계와 활용을 첫 번째 방안으로 내놨다. 그동안 유·초·중등교육 투자에 비해 고등·평생·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존 지방교육재정의 고등·평생·직업교육 재정 간 연계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내국세와 연동된 현행 교부금은 단순히 고등교육 등에 활용하게 되면 법률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전체 교육재정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교육청과 대학을 포함한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과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연계가 필요한 평생·직업교육에 투자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게 하나의 방안이다.
또 다른 방안은 공동사업비 제도 도입이다. 교육청과 대학 간 공동사업 방식으로 방과후, 돌봄, 직업교육, 교육과정 연구 등 주요 분야에서 고등교육기관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단위 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특별 프로그램, 최신 시설·장비 등 기자재가 필요한 직업교육, 교육과정 연계 심화교육, 교원 자격 연수 등 고등교육기관에서만 가능한 사업을 위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특별회계나 기금 등을 신설해 고등·평생·직업교육과 유·초·중등교육재정 칸막이를 해소하되 국고를 추가로 투자해 교육재정을 확충한다. 다만 개편 방안을 두고 교육 당국과 재정 당국의 이견을 보인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세로 전환…교부금 개편 논의 시작 =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부금 개편을 통한 고등교육세 마련을 주장했다. 24일 추진단 회의에서 송 교수는 “고등교육예산이 부족한 것은 지방교육 예산이 과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정적인 고등교육예산 확보 수단의 부재, 예산당국의 고등교육 투자 외면, 반값등록금정책의 실패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송기창 교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의 일부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부금 재원에 포함된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바꾸고 고등교육 예산 중에서 고등교육세 만큼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돌리고, 고등교육세를 확충해서 고등교육재정을 늘려가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면서 고등교육재원은 고등교육세 세원과 세율 조정으로 확충하자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도 비슷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배 교수는 고등교육세 신설을 제안했다. OECD 평균 고등교육 예산 수준인 GDP 1.1%를 맞추기 위해서는 1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우선 고등교육세 신설을 통해 일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 교수는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신설해 5조 3000억 원을 확보하고 초·중등교육의 손실분은 내국세를 현행 20.79%에서 21.89%로 확대해 충당하자”고 설명했다.
■ 늘어나는 교육예산에 제동 건 기재부·KDI = 문제는 교육 재정 증액에 대한 재정 당국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저물어 가는 교육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기조”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26일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 토론회’에서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현행 내국세 연동 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은 학령인구 감소추이를 반영하지 못해 교부금 총량이 계속 확대되고 지출 분야별 합리적 재원배분을 저해한다”면서 “학령인구는 2020년 540만 명에서 2060년 302만 명까지 줄어드는데 내국세 연동 방식에 따라 1인당 경상 GDP 증가율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학생 1명당 평균 교부금액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현행 교부금 제도를 지속할 경우 중앙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면서 “내국세에 연동된 교육재정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일반지방공공서비스와 지방교육서비스 사이의 통합적 관점의 효율적 재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여한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지난 20년간 학령인구는 33% 감소했지만 교부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교육재정 수요를 맞춘 적정 교부금액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재정당국에서 교부금 제도 개선을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재정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부처에서 계획을 세워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기재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부금 증가추세 및 적정 교부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재정 소요 추계를 통한 적정 수준에서의 교부율 인하, 교부금의 비효율 개선을 위한 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 통합, 교육청-대학 간 공동사업 등은 교육부와 재정 당국이 함께 검토해 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