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대 89세 만학도, 학과 수석졸업… 전국 최고령 학사모 쓴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89세의 만학도가 4년제 대학에서 학과 수석 졸업과 함께 전국 최고령 학사모를 쓴다.  100세 시대에 나이를 잊고 이어온 평생학습의 결실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일구며 “하면 된다”는 걸 온 삶으로 보여준 주인공이다.

올해 89세인 이주형 씨는 도전과 실천의 두잉(Do-ing)을 중시하는 체험형 대학인 동명대의 일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학사학위를 받는다.  재학중 단 한 과목(A0)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 총평점(만점 4.5) 4.48점을 획득했다. 20대가 대부분인 젊은 동료학생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하며 뜨거운 열정과 실력을 보여줬다. 그에게 총장은 만학도 특별상을 수여키로 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만학을 결심한 이유는 격동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거센 세파를 헤쳐나가느라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과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서였다. 배움의 과정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도 한몫 했다.

동명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과 산업화, 근대화 등에 크게 기여한 과거 동명목재 창립자 강석진 회장(학교법인 동명문화학원 설립자)의 정신과 창의성이 곳곳에 녹아있는 명문사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움엔 끝이 없답니다. 나이와도 아무 상관이 없지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어 “혹시 여건이 된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일본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나눔봉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레 또다른 도전 계획을 전했다. 

모교 동명대가 3無(무학년-무학점-무티칭) 두잉(Do-ing, 도전·체험·실천) 혁신교육을 최근 본격화한데 대해서는 “시대를 앞서 가는 참교육”이라고 반가워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젊은 시절부터 가벼운 산책을 매일 1~2시간씩 꾸준히 하고 있다. 어쩌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날에는 산책을 좀 더 한다. 평소 삶의 신조에 대해 “평생을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한다. 앞뒤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자식들 뒷바라지 등에 바빴기에 온 정성으로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신조라는 설명이다.

지도교수인 감영희 학부교양대학 학장은 “넘치는 학업 열의와 훌륭한 인품으로 젊은 학우들과도 잘 소통하신다. 삶 전체를 본받고 싶다. 제가 늘 ‘선생님’이라 부른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분의 멋진 도전과 결실에 존경과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열정과 도전 등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끝내 해내는 모범을 삶 전체로 만인에게 보여주셨다. 인생2모작, 3모작의 평생학습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전호환 총장은 오는 14일 이주형 씨를 초청해 만학도특별상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