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학 통해 ‘평생직업교육’ 받고파…전문대학 블루오션 잡아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재직자의 고등교육기관 평생직업교육 수요 분석’ 직장인 78% 이상 평생직업교육 참여 의사 밝혀, 고학력일수록 평생직업교육 관심 높아 제20대 대선 전문대 어젠다에 ‘평생직업교육’ 포함, 지자체 협력 통한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추진도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100세 시대 평생직업교육은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이제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잖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일하려면 자격증이나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산과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간 이미영(여·35) 씨는 바쁜 육아에도 최근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 직장인 시절부터 미래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평생직업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직장인 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상담직은 미래에도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며 “혼자 자격증을 공부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대학에서 저렴하게 자격증이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직장인, 대학 통해 직무 전문성 쌓고 역량 개발 원해 = 직장인 10명 중 8명꼴로 대학에서 평생직업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개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 1월 28일 공개한 ‘재직자의 고등교육기관 평생직업교육 수요 분석’ 보고서에서 직장인 78.9%가 이 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최동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비일상적 작업까지 자동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개인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평생직업교육에 참여할 의사가 높은 가장 큰 배경은 ‘고용상태 불안감’으로 귀납된다. 실제 직장인 2명 중 1명은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결국 평생직업교육에 관심이 커진 것.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작년 10월 정규직 직장인 797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고용불안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정규직 직장인 48.8%가 ‘현재 고용상태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한 것. 이들은 이직을 고려하거나 자격증 공부 더 나아가 평생직업교육에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신선문(남·31) 씨는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신 씨는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가기술자격증 3개를 땄다. 그는 “평생직장은 없다. 젊을 때 전문 자격증 하나라도 따놔야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에서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자기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래에 기후환경 전문가로 활약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대학의 역할을 언급한 그는 “대학은 단순히 1차적인 기술 배움터가 아닌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입장도 동일했다. 류지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학의 역할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부연구위원은 “AI 시대의 본격 도래 등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재직자들이 자신의 직무능력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평생직업교육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들이 대학의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 싶은 역량은 단연 ‘전문성’이다. ‘재직자의 고등교육기관 평생직업교육 수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현재 직무에 새로운 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전문역량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초역량 △직무 전환 및 이직 등을 위해 현재 직무와는 다른 분야에 대한 역량 개발 등을 대학에서 얻기를 바랐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자격증 취득(49.1%) △직무 관련 전문 이론·기술(46.8%) △최신 산업·기술 트렌트(43.6%) 순이었다. 또한 고등교육기관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참여를 결정할 때는 교육내용의 전문성(56.9%)과 현업적용도(50.3%)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이 다른 교육훈련기관보다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재직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20·30대보다 고등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의 도움 정도가 크다고 봤다. 고등교육기관이 제공하는 평생직업교육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비율은 △고졸(71.5%) △대졸(79.1%) △대학원졸(85.8%)로 학력이 높을수록 참여 의사가 높았다.
■ 평생직업교육 허브 기관 ‘전문대학’ WHY? =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평균수명 증가 등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제는 직장인들도 평생직업교육 참여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 아래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이하 COLIVE)가 독립법인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산학교육혁신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협력 강화와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성인학습자들의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내 평생직업교육 수요·공급 분석을 토대로 전문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프로그램 공동 개발·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한광식 전문대교협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은 “현 COLIVE 운영체계로는 업무의 지속성 확보가 어렵다. 개별 대학 중심으로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따라 전체 전문대학 간 우수 프로그램 공유와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대학별 원격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구축 비용 그리고 유지 보수비용 부담도 크다. 파견교수 교체 예산확보 측면에서도 어렵기 때문에 사단법인화를 통해 평생직업교육 역할 강화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COLIVE는 2020년 11월 출범했다. 전문대학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고용 환경의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대비해 평생직업 교육의 전환을 위해서다. 작년 상·하반기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향후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남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교육의 위기와 베이비붐 세대 퇴직률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을 통한 평생직업교육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인생이모작 시대에 맞는 교육 수용성과 탄력성을 길러주는 데 전문대가 중심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정부도 전문대학에 힘을 보탰다. 교육부는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 허브기관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교육부는 2018년 ‘제4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안(2018~2022년)’을 발표하면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의 허브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 혁신 △전문대학의 성인평생교육 기능 강화 △대학본부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 등이다. 사실상 교육부가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문대학을 지정한 셈이다. 남 회장은 이를 두고 “대부분 사립인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을 향후 우리 정부가 책임지는 직업교육으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올바른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전문대교협이 작년 공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문대학 어젠다’에서도 평생직업교육이 포함 돼 있다. 그만큼 전문대학에 있어 평생직업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산하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기술혁신과 산업·직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른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생산연령인구는 약 340만 명 감소한다. 그런데 청년·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10%p를 올리면 약 300만 명의 생산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 재교육을 통한 취업으로 생산인력 확보를 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평생교육기관으로 이들의 재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대학은 명실공히 과거부터 평생직업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교육기관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고령화 시대에 맞춰 한 걸음 더 평생직업교육 허브 기관이 되기 위한 발판을 더 견고히 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