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의 세상읽기] 청년세대를 위한 고등직업교육정책의 과제

한강희 전남도립대 교수

2022-03-22     한국대학신문
한강희 전남도립대 교수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전제 하에 인간은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이해한다. 즉 인간은 능력 있는 존재로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된 후 평상인으로서 상위 단계인 자아존중을 거쳐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한다. 매슬로의 욕구위계를 보면 기본욕구 중 가장 상위단계인 자아존중을 넘어설 때 성장욕구이자 메타욕구인 최상위 자아실현 욕구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칼 로저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능력과 소양을 활용해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경험을 풍부히 하는 방향으로 이동해 나가는 인간존재를 가리켜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으로 명명했다. 그는 이러한 완전한 기능성을 살리게 된다면 불특정 인간군의 직업선택의 수정, 조정도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하리라 주장하고 있다. 

인간행동의 심리적, 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성장과 발달의 기본 메카니즘인 자아존중을 기반으로 자아실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청소년기, 청년기의 자아정체성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군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청년기, 청소년기의 속성에 근거한 발달상을 과연 우리 청년세대들은 구현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저성장 장기실업의 국면에서 자아존중이 자아실현으로 직진하지 못한 채 그 경계선에 서 있다. 그들은 적어도 한국사회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완전히 기능할 수 없는 형국에 내몰려 있다.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2030청년세대는 전체 인구 중 28% 전후로 파악되고 있다. 그들의 71%는 “나 자신의 필요와 만족을 우선 순위에 두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한 방이 아니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가상화폐에 뛰어들기도 하고 빚을 내서 주식에 몰빵하기도 한다. 주택구입이 좌절되기에 그 역선택으로 갭투자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들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주택구입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 결혼자금 마련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그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요인은 적성, 흥미, 미래적 발전성이 아닌 목전의 수입과 안정성이다. 그들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을 선호한다. 한때 인기 가도를 달렸던 전문직, 외국계 기업,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도전정신이 무색해졌다. 그들의 유전자 지도는 같은 학교와 직장이라는 물리적 동질감이 아니라 취미와 취향, 사회문화적 감수성이라는 심리적 동질감에서 비롯된 연대로 독해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사춘기를 넘어 다소 형식적, 불가역적 사고가 가능한 고등학생들에게 “당신이 만약 범죄의 대가로 10억 원을 받는다면, 1년간 감옥에 들어가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동의한다는 답변이 2012년 40%대였는데 2022년 60%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청소년 심리발달의 온전한 두 축은 자아존중과 자아실현이다. 그 바로미터가 되어야 할 ‘청소년 정직지수’가 부정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우리 미래의 자산인 청년세대는 경험과 가치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자아존중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자신의 소질과 역량을 깨닫고 개발하며 이를 발산해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고등직업교육은 학습자 중심, 삶의 경로 설계, 합리적인 자격화 시스템, 교육 트렌드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시급하다. 

새 정부가 고등직업교육정책의 큰 틀을 기획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덕목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