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의 진로코칭] 언제까지 정답만을 찾으라고 강요할 것인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요즘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슈 중 하나는 메타버스(metaverse)와 NFT(Non-fungible token)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뛰어넘는 인터넷 가상세계를 말하고 NFT는 대체 불가능 토큰이다. 가상세계 메타버스에서는 또 다른 나를 창조할 수 있고 현실과 같이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우리의 중요한 일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증명으로 그림이나 영상 등의 디지털 파일의 주소를 토큰 안에 담아서 그 고유한 원본성 및 소유권을 나타내는 일종의 가상 진품 증명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의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못하게 방해하는 게임으로 여겨졌던 것들에서 더욱 발전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메타버스나 NFT 등에 대해 더 공부해야 앞으로 삶을 사는 데 유리한 상황이 됐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교육은 사회, 문화, 경제 등 현실 세계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지만 대입의 공정성 때문에 청소년이 살아갈 길에 필요한 변화나 능력을 키우는 데 등한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성적의 비중이 높아지고 정시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면 시대의 흐름과는 점점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에게 큰 어려움을 지울 수도 있다.
지금도 고등학교에선 내신 등급에 얽매인 평가체제에 갇혀 있다. 내신 성적이 대학 진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소년의 상황은 어떻게 변하든지 관계없이 대학입시는 우수한 학생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진학에 관련된 설명회 등을 보면 최상위권과 상위권 대학입시 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어떤 분야의 흥미를 갖고 있거나 적성이 있는 학생을 위한 설명회는 아예 없다. 그저 성적을 줄 세우는 것에서 출발하는 설명회 일색이다.
우리 교육은 정답을 찾는 교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개인의 논리적 사고력이나 창의력, 도전성은 아예 평가의 대상이 아니고 발전시켜야 할 항목도 아니다. 설사 관심이 있는 교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지도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입시 지도에 내몰리거나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여러 교과를 지도해야 하는 업무 부담 때문이다. 내신 성적의 중요성과 공정성 때문에 교사들은 다른 것을 돌볼 여유가 없이 지쳐가고 있다. 시험문제에 오류가 없고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을 추구하라고 강요받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학교 평가와 대입에서 획일화되고 강요된 공정성이 교육의 제일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가치는 시대의 흐름에서 미래 세대가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아무리 학교 교육이 공정하다 해도 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시대를 살아갈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의미 없다. 산업사회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정답을 찾아야 했기에 문제해결력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넘어서 정보화사회인 현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에 교과서의 내용이 정답이라고만 배운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까?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보고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파하는 경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와 기업에서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을까? 《뉴 타입의 시대》의 저자인 일본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다가올 미래는 문제를 발견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해결자는 가치를 잃는데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내 경제구조 안에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과제설정자가 큰 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NFT가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는 사회에서 과제를 제대로 설정할 수 있고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인재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점수 위주의 정답만을 찾도록 강요하는 교육에서는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과제를 만들어보는 교육을 시도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