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 찾아 지역 떠나는 청년들…고용창출 기둥 제조업 고도화 위해 전문대 역할론 ‘주목’

올해 기업 10곳 중 8곳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있지만 채용 시장 키워드 ‘수시채용’ ‘이공계열’ ‘전문성’ 중고신입 원하는 기업들 vs 취준생 실무경험 쌓기 바늘구멍 대학진학과 양질의 일자리 찾아 지역 등지는 청년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 ‘뿌리산업’ 미래형 구조로 전환 준비 “중간기술인력 양성하는 전문대, 제조업 발전 고도화 앞장서야”

2022-04-20     이중삼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올해 대졸 채용시장은 훈풍이 불 전망이다. 취업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채용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수시채용과 이공계열 쏠림, 경력직 우선 채용 기조가 뚜렷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302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기업 채용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이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고용시장이 올해 전반적으로 회복국면에 들어선 점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획기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위기 등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극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올해 채용시장 3대 키워드인 △수시채용 △이공계열 △전문성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기업들이 내다봤다는 점이다. 기업의 62.6%가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채용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54.9%)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52.1%) △비대면 채용전형 도입·지속(44.7%) △미래산업 분야 인재 채용 증가(36.6%) 등이 뒤를 이었다. 대졸신입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으로는 ‘직무 관련 경험’(64.9%)을 핵심으로 손꼽았다. △직무 관련 지식(57.0%) △태도·인성(53.6%) △관련자격증(12.3%) 등이 뒤따랐다. 반면 어학능력(3.6%)과 학력·학점(3.6%) 등의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채용트렌드 변화는 인재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바라는 최고의 인재상은 ‘전문성’(52.6%)과 ‘소통·협력’(44.7%) 갖춘 인재로 나타났다. 이어 ‘성실함’(26.5%), ‘열정’(15.6%), ‘도전정신’(13.6%) 등으로 조사됐다. <창의성 12.3%, 글로벌역량 11.3%, 실행력 10.3%, 원칙·신뢰 0.3%> <복수응답>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2.0%가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면서도 채용 방식은 수시채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60.4%가 ‘수시채용만 실시한다’고 답했다. 그외 ‘정기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한다’는 응답은 31.1%, ‘정기공채만 실시한다’는 8.5%로 집계됐다.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이 채용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으면서 중고신입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점과 어학점수가 중요했던 공채가 저물고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이 확산되면서 인턴 등 실무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학부시절 다양한 직무관련 경험과 직무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취업만큼 실무경험이나 직무역량을 높이는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채용시장에 훈풍이 예상되고 있다”며 “고용시장의 온기가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 혁파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파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3곳만이 청년들에게 인턴제도 등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신문DB)

■ 수시채용 기조 속 취준생들 “어디에서 경력 쌓아야 하나” = 올해 대졸 채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과 별개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걱정이 크다. 채용시장에서 요구하는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해 기업의 64.2%가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고 답했다. 정부의 주요 고용정책인 ‘일-경험 기회 제공’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응답 기업의 29.8%만 청년들에게 인턴제도 등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경험 기회제도는 ‘채용전환형 인턴제도’가 68.9%로 가장 많았다. △체험형 인턴제(22.2%) △일학습병행제(11.1%)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10.0%) 등이 뒤를 이었다.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취준생들은 채용전환형 인턴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채용전환형 인턴제도는 몇 달의 인턴 기간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업무 적합도를 알아본 후 정규직 채용을 결정하는 채용방식이다. 하지만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확실하지 않아 취준생들의 노력과 시간만 빼앗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에 바쁜 A(남·28) 씨는 “연일 뉴스에서 떠드는 청년 취업자 수 증가를 믿지 못하겠다. 아르바이트도 포함한 게 아닌지, 몇몇 친구들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많은 친구들이 취준생으로 남아있다”며 “수시 채용도 불만이다. 기업들이 중고신입을 원하는데, 저 같은 취준생은 도대체 어디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사기업에서 채용전환형 인턴 경험이 있는 B(여·31) 씨는 “인턴으로 입사해 3개월 수습기간을 보내면서 최선을 다 해 근무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며 “더 화가나는 건 수습 마지막 날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것이다. 회사의 갑질에 진저리가 났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경험 기회 확대에 뜻이 있는 기업들과 협업해 ‘대학생 일-경험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학생이 기업의 현장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직무역량을 높이고 진로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위축된 대졸 채용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변화된 채용 트렌드는 오히려 저탄소·디지털전환과 맞물려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현장과 교육현장 간의 미스매치를 좁혀나가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신규채용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 ‘훈풍’ 불면 뭐하나, 수도권으로…질 높은 일자리 찾아 떠나는 지역 청년들 = 대졸 채용시장 훈풍은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취준생들에게는 남 얘기다. 거두절미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개한 ‘지역대학 졸업자의 노동이동과 노동시장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자본과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집중됐다”며 “하지만 수도권으로의 경제 집중이 지역 간 격차를 발생시켜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국가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대학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경제와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우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인구이탈을 △1차 유출 △2차 유출 등으로 구분했다. 안 연구위원은 “지역의 우수한 고교 졸업자들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점이 1차 유출, 지역대학 졸업자들이 질 높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을 2차 유출로 나눴다”며 “특히 1997년 발생한 IMF 사태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이 전면화됐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1차 유출이 심화됐다. 또한 국가 주도의 산업화로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자 지역대학 졸업자들도 지역을 이탈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위권 대학을 가려는 것도, 지역대학 졸업자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것도 질 높은 일자리를 찾기 위함으로 귀결된다. 이는 일반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전문대 졸업생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5년간 △충남 △충북 △강원 △전북 △제주 지역의 경우 전문대 졸업생의 수도권 유출률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안 연구위원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지역기업 또는 산업과 연계된 정책을 통해 지역에서 충분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고급 인력의 지역 이주뿐만 아니라 지역 인재의 정착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일자리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지역주도형 일자리 정책’ 자료에서도 수도권 일자리 집중현상을 지적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의 탈제조업화를 꼽기도 했다.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일자리 양극화의 주요 원인은 수도권 산업구조의 탈제조업화와 비수도권 제조업 분야 불황이었다. 실제로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비중은 1990년 27.2%에서 2020년 16.3%로 줄었다. 동 기간 제조업 취업자 중 수도권 비중 역시 53.6%에서 46.9%로 하락하는 등 수도권 중심의 탈제조업화가 진행돼왔다. 또한 조선·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분야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에서 고용충격이 발생한 점도 한몫했다. 고학력·고숙련 노동의 수도권 집중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과 청년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다. 2015년 조선업 등 제조업 위기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에 빠진 지역의 일자리 문제 극복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며 “산업단지 대개조와 상생형 지역일자리 등과 같이 산업·고용·복지와 연계된 적극적이고 전환적인 일자리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제조업 특성상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만큼 제조업의 몰락은 곧 대량 해고로 이어진다.(한국대학신문DB)

■ 지역 ‘뿌리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문대 역할 고민 필요 = 한국의 뿌리산업이라고 일컫는 제조업은 전체 고용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다. 특히 지역 일자리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제조업 특성상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만큼 제조업의 몰락은 곧 대량 실업자 양산을 의미한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을 통칭한다. 뿌리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조선·IT 등 타 산업의 제조 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며 최종 제품의 품질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의 자동차와 영국의 만년필 등 세계적인 명품은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 탄생했다.

전문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제조업과 뿌리산업 발전에 기여할 인재양성에 기여해왔다는 점이다.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은 제조업의 중요성과 관련해 ‘고도화’라는 키워드를 내걸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7일 울산서 열린 ‘부울경권 워크숍 및 정기총회’에서 조홍래 총장은 전문대의 이 같은 역할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스마트 기술을 부르짖고 있는 시대지만 실제로 뿌리기술이라고 불리는 제조업기술을 고도화시키는 일은 중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조업기술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전문대와 제조업은 산업적 측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동안 전문대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사회에서 탄탄한 직업교육으로 중간기술인력을 양성해왔기 때문이다. 1970~1990년 제조업 중심의 압축성장 시대에서 전문대가 배출한 중간기술인력은 산업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2000년대 지식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비스업 비중이 증대되고 제조업도 지식정보기반으로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전문대는 이에 알맞은 중간기술인재를 양성했다. 특히 비수도권 일자리의 상당수가 조선업·제조업인 만큼 전문대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지금 전문대는 제조업 산업에서의 뿌리형 산업을 미래형 구조로 전환해야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다시 고민할 때가 왔다. 모든 산업의 기반에는 제조업 경쟁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