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직격탄 맞은 교대 학생들, 정원 감축만이 답?

임용고시 합격해도 적게는 6개월 많게는 2년 기다려야 수도권 선호, 원로교사 은퇴 연기 등 임용 적체 현상 ‘심각’ 출산율 저조해 초등학교 입학생 6년 후 약 17만 명 급감 “학급당 학생 수부터 줄여야” “수석교사 배치, 비교과 교원 배치 확대 고려”

2022-06-13     김한울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인원이 감축되면서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육대학 학생들이 발령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교육대학(교대)은 다른 대학과는 다르게 초등학생을 교육할 교사를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대학이다. 교대를 졸업한 학생 외에도 △한국교원대 △이화여대 △제주대의 초등교육과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초등교원임용경쟁시험’의 자격이 부여된다.

줄여서 임용고시라고 불리는 해당 시험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전 영역에 걸쳐 초등교사로서 갖춰야 할 교과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차 시험을 출제하며 2차 시험은 시·도 교육청마다 시험과목 및 배점, 출제기관이 다르다. 이후 각종 가산점을 제외하고 1차 시험점수 50%와 2차 시험 점수 50%를 합산해 최종 임용 합격자를 선발한다. 하지만 이렇게 합격한 졸업 예정자들이 초등교사로 발령받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고 해당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 학령인구 감소, 교사 채용 인원 급감, 은퇴 교사 감소··· 발령 대기자 속출해 = 교대 외 초등교육과 개설대학인 한국교원대와 이화여대, 제주대와 통폐합된 제주교대를 제외하고 전국의 교육대학은 △경인교대 △공주교대 △광주교대 △대구교대 △부산교대 △서울교대 △전주교대 △진주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 총 10개로 전국 각지에 퍼져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발령지와 가까운 교육청에서 보는 임용고시에 신청해 합격한 후 초등교사 일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높은 수도권을 포함해 전체 경쟁률이 2대 1을 넘지 않을 정도라 비교적 무난하게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발령 대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배포한 ‘2021년 교육기본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 313만2477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10년이 지난 2021년에는 267만2340명으로 5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출산율이 저조해 앞으로도 학생 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2028년에는 약 17만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이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치가 존재할 정도다.

이렇게 되자 채용 인원의 급격한 감축이 이뤄졌다. 2018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부터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이 수정되면서 2019년 기존 계획보다 100명을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는 전체 채용 교원 중 350~450명의 인원 감축이 진행됐다. 실제로 서울교육청 기준 ‘2017 임용고시’의 모집인원 846명에서 ‘2018 임용고시’에서 385명이라는 ‘반토막 선발’ 현상이 나왔을 정도다. 이전보다 임용고시 재수와 삼수생이 늘어나며 졸업해서 시험을 봐야할 학생들이 경쟁률이 높아져 곤란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제적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은퇴를 유보하거나 계속해서 교원 생활을 하는 원로 교사들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현재 교사 충원은 전체 교원 수에서 은퇴하거나 그만둔 사람의 수만큼 새롭게 뽑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만두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발령을 받아야할 예비 초등교사들의 대기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2021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원 평균 연령은 2011년 39.8세에서 2021년 41.0세로 평균 1.2세 증가했다. 한 교대 관계자는 “정년 은퇴를 해야 할 교사들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어 교사의 순환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예비 초등교사들의 발령 대기자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자 합격 후에도 발령되지 못해 대기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용 합격 후 대기자 수는 1251명, 군 입대 등 발령 유예가 된 경우를 포함하면 1608명이며 이는 2022년 전체 교원 채용 인원 3380명에서 3580명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아직 사례가 나오진 않았지만 만약 발령자가 임용대기 유효기간인 3년을 넘긴 경우 임용고시 합격은 자동 취소된다. 2년 가까이 발령을 대기하는 합격자도 있고 발령대기 문제가 심화되가고 있는만큼 앞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상황이 안 나오리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한숨 쉬는 예비 초등교사들 “붙어도 발령까지 6개월 정도는 당연하게 기다려” = 물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사 수를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는 사실에는 교대 구성원들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한 교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수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사회의 변화에 따른 관련 정책 변화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학생과 졸업 후 임용고시를 합격한 예비 초등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 어려워진 시험도 문제지만 막상 발령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들어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경인교대를 졸업한 이후 임용고시에 합격해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최 모 예비교사는 “몇 년 전부터 경쟁률이 높아져 임용고시도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합격 후 발령까지 기다리고 있는 선배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며 “자신을 포함해 임용 합격자들은 보통 6개월 정도는 당연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 씨는 “발령까지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은 시간제 교사를 하거나 과외를 하는 등 관련 일을 하려 애쓰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없어 교육 관련 일을 못하는 합격자들도 부지기수다. 소중한 시간이 단지 발령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소모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임용고시 합격자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익명을 요구한 교대 재학생은 “초등교사가 되고 싶어 교대로 왔지만 최근에는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다”며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지금보다 점점 더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마땅한 대책 없이 시간이 지나는 것 같다. 현재 피해는 고스란히 교대 학생들이 짊어지고 있다”며 발령 대기를 비롯한 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초등교사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직 생활 3년째를 맞은 한 교사는 “1년 정도를 기다려 교사 발령을 받았던 기억이 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변화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가만히 두고보지 않고 시급히 현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 대학, 교육 현장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교대 정원 감축이 답? 전문가들, “새로운 방향 모색해야” = 지난해 광주 교육청이 신규 초등교사 임용 6명이라는 한 자리 수 선발을 사전 예고할 정도로 임용 발령대기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대 입학정원을 줄이고 일부 교대를 폐지하는 등의 대안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대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교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감축에도 순순히 따랐지만 입학 정원 감축이나 대학 자체를 없애는 것은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미 교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줄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인만큼 전문가들은 초등교사 양성을 위해 세워진 교대의 교육 커리큘럼의 전환이나 학급당 학생 수 감소 등 다른 대안도 찾아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학급 당 학생 수 감소는 교원 감축을 대체할 목적으로 교대가 이전부터 정부에 요구하던 방안이기도 하다. ‘2021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011년 25.5명에서 2021년 21.5명으로 10년 사이 평균 4명 정도 감소했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은 평균이 21.5명일 뿐 외딴 곳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을 채우지 못한 곳이 많은 점을 들어 2011년의 25.5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학생 수가 늘어나 학생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고 응답한 교사들도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후보로 출마한 정성국 부산초 해강초 교사는 이에 대해 “초등교사와 예비 초등교사를 위한 정책이 많이 시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경기도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을 넘는 곳이 많아 교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어 학교마다 수석교사의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대 핵심 공약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를 위해 무분별한 교원 감축을 멈추고 수석교사 배치, 비교과 교원 배치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용고시에 대한 개선 움직임도 서서히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열린 ‘제76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교육감들은 임용고시의 2차 시험 배점 방안을 기존의 5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1차 시험에서는 바람직한 교사상과 미래가 요구하는 교원 역량을 검증하고 2차에서는 △토론 평가 △상황 면접 평가 △협력적 프로젝트 활동 평가 △AI 직무 적합 평가 △수업능력-나눔 평가 △인문정신 소양 평가 △실기 평가 △초등 영어 수업 시연 및 면접 등 다양한 평가 수단을 배치해 초등교사로서 갖춰야 할 자격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 또한 이들은 경기도교육청에서만 실시하는 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조건으로 교원을 선발하는 ‘지역형 임용트랙’도 추가적인 연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